허백영 빗썸 대표 "세계 첫 리버스 ICO 진행 과정서 오해가 있었다" 설명
암호화폐공개(ICO)를 거치지 않은 채 상장을 예고한 암호화폐 '팝체인' 논란에 대해 허백영 빗썸 대표가 직접 입을 열었다.
거래사이트 연루 의혹은 물론 팝체인 상장을 진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모든 과정을 소상히 공개했다. 그는 약 6가지에 달하는 여러 의혹에 대해 “이유 불문 투자자에게 큰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 시스템 구축은 물론 투자자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다만 팝체인 논란 뒤에는 세계 최초로 리버스 ICO(기업 암호화폐공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백영 빗썸 대표를 만나 팝체인 논란과 향후 빗썸이 추구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와 목표,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팝체인 상장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러 의혹이 제기됐는데 명확한 답변을 듣고 싶다.
▲이유 불문하고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부분은 전적으로 우리 책임이다. 고객에게 머리숙여 사과드린다. 다만, 이번 팝체인 논란에 빗썸이 연루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빗썸이 팝체인을 상장하려던 이유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리버스 ICO(기업 암호화폐 공개)를 추진해 고객에게 다양한 암호화폐를 선보이고, 시장 외연을 확대하려는 목표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암호화폐를 들여와 거래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미 해외에서는 리버스 ICO가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고, 이 부문에서 고객 참여를 넓히기 위한 욕심이 있었다. 최초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 진행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고객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설명과 이해를 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한다. 지금 보면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고집이 고객에게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는 형국이 됐다. 재발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
-논란의 중심에는 팝체인 코인 개발에 빗썸 직원이 연루돼있고 상장에도 관여했다는 논란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설명해달라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와 언론에서 팝체인 개발자가 빗썸 직원, 혹은 관계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표이사 직을 걸고 이는 사실 무근이다. 또 일각에서는 시세차익을 노린 양사간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팝체인과 빗썸의 이해관계는 없다. 직원 유착도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오직 상장 하나에만 빗썸이 관여했다.
-팝체인 소스코드가 다른 암호화폐를 차용(베끼기)했다는 지적에 대해 빗썸도 검증을 했는가?
▲소스코드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기 앞서 ICO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ICO는 말 그대로 투자유치가 목적이다. 한 기업이 신규 비즈니스를 하는데 부족한 자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코인이 독자 소스코드를 만드는 건 극히 드물다. 가령 이더리움 계열 코인의 소스코드를 활용해 ICO를 진행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 많은 투자자가 팟체인 소스코드 모방 문제를 제기했다. 소스 코드 차용이 해킹이나 기업의 기술 취약, 코드 오류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하지만 상당수 리버스 ICO는 이더리움 등 종전 암호화폐 소스코드를 차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금을 받은 이후 소위 메인넷을 통해 자체 코인을 만든다. 소스코드 논쟁은 바로 메인넷 시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유사하다는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팝체인 암호화폐를 두명이 독점하고 있다는 의혹은 무엇인가?
▲ICO는 크게 일반인 대상 퍼블릭과 기관투자자 등을 상대로 하는 프라이빗 시장이 존재한다. 상당수 투자자는 이 사실을 모를때가 있다. 코인 독점 의혹이라고 하지만 이는 고객 보호를 위한 장치였다. 프라이빗 ICO시장에서는 오히려 이 같은 구조가 일반적이다.
생각을 해보자. 한 코인에 대해 프라이빗ICO를 진행했다. 해당 토큰은 정해진 사람에게 미리 판매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일부 기관이나 투자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웃돈을 언져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일이 벌어진다. 실제 해외에서도 종종 이런 폐해가 있었다. 기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장이 결정될 때까지 재단에서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가 실제 상장이 되면 업체가 코인을 배분한다. 일종의 안전장치다.
-사실 이번 논란은 리버스ICO가 한국에서 추진되면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빗썸은 리버스ICO 서비스 참여에 대한 앞으로 계획을 갖고 있는가?
▲최초 리버스ICO를 국내 투자자에게 먼저 선보이기 위한 빗썸의 욕심이 있었다.
투자자들 눈높이를 맞추지 않은채 진행된 부분도 인정한다. 많은 것을 느꼈고 고객 소통을 좀더 강화했어야 했다. 지금까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에 ICO된 코인을 들여 오는게 전부다. 안전성은 검증됐겠지만, 역으로 국내 투자자에게 유망 리버스 ICO에 대한 기회가 없었다. 빗썸은 팝체인 상장 논란을 겪으면서 투자자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다고 느꼈다. 거래소 책임에 대한 고민도 더 깊이 했다.
그간 ICO는 개발자 몇 명이 백서를 공개하고 투자를 받는 심플한 구조다.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최대 거래소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실감했다.
그렇다고 논란에 위축돼 리버스ICO 시장에 대해 눈감고 외면하는건 오히려 수많은 고객을 외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남들 다하는 암호화폐만 할게 아니다. 이번 논란을 반석으로 삼아 조직과 심사, 홍보 전 분야에 걸쳐 좀더 성숙한 프레임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팝체인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은 있는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에어드롭은 이미 시행했다. 다만 자금 거래는 막은 상태다. 이 상황에서 여론이 나아져 재상장을 한다고 하면, 이 또한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빗썸은 리버스 ICO는 지속하되 팝체인 상장과 관련해서는 엄격한 심사체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팝체인이 세계 10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이 된다면 재추진을 고려하겠다는 정도로 말씀드리고 싶다. 앞으로 리버스ICO는 수만개가 나올 것이고 빗썸이 이를 완벽하게 모두 검증할 순 없다. 하지만 신상품과 서비스를 한국 투자자에게 가장 먼저 선보이는 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가 빗썸에 대해 실망한 부분이 있겠지만 믿음을 가져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빗썸의 사회적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CEO로서 최종 목표는 빗썸을 금융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금융권 출신인 저를 채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사에 맞는 인프라와 소양,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 정부 규제에도 적극 따르고 동참하겠다. 앞으로 빗썸은 ICO과정에 대해 보다 강화된 심사와 검증절차를 거치고 투자자와도 많은 정보를 공유하겠다. 투명하고 공정한 상장 공개 절차를 수립하는데 역점을 두겠다. 이번 이번 논란을 반석으로 삼아 기술력있는 강소 코인에 대한 발굴 노력도 지속하겠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