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 조작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논란의 핵심인 댓글 조작은 우리 사회에 누적된 미디어 편향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우리 국민의 댓글 사랑은 오래됐다. 18세기 조선 말기 '세책점'이라는 일종의 도서대여점이 있었다. 중국 소설 번역본이나 홍길동전 등 한글 책이 주로 대여됐다. 특이한 점은 이들 책 마지막에 독자 의견을 담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여기에 감상평이나 책 주인에 대한 의견을 넣었으니 현재 댓글 시스템과 매우 유사한 셈이다. 여기에도 이른바 악플이 달려 있었다. 참 생소하기도 하고 친숙하기도 하다.
이렇듯 과거부터 내려온 우리나라 댓글 문화가 인터넷 붐을 타면서 전국 현상이 됐다. 현재에 이르러선 여론 조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최근 한 조사 결과(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조사자의 약 81.6%가 댓글이 사회 여론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자기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변했다.
댓글의 사회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이를 차지하기 위한 헤게모니 쟁탈전도 치열하다. 기업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연예인들의 팬덤도 치열하게 표출되곤 한다. 정치에서는 미디어 선거전의 시초이자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불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앞선 선구자였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댓글은 정치권 미디어 홍보 전략 가운데 가장 중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여론 주도층에 대한 수용성이 큰 우리 국민의 특성상 댓글을 선점하는 측이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헤게모니 쟁탈전이 치열해지자 반칙을 쓰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거 보수 집권 세력은 국가정보원과 군사이버사령부 등 공권력을 동원하며 법의 경계선을 넘기 시작했다. 인터넷 주도권을 쥐고 있던 진보 진영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움직임을 조직화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일탈하면서 이런 사달이 난 것이다.
오늘날의 댓글 조작 문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내포한다. 왜 다른 민주 국가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들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일까. 미국 대통령 선거의 가짜 뉴스 문제도 유사한 구조이긴 하지만 매크로 댓글 조작에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존재한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바로 '공룡 포털 집중 현상'이다.
'왜 공룡 포털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단순하다. 우리나라 언론과 미디어가 집중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아침에 일어나 포털에서 날씨를 확인하고, 뉴스를 보며, 교통수단을 확인하고, 점심 메뉴를 고르고, 업무 정보를 획득하고, 자녀 선물을 고른다. 뉴스 소비의 80%가 포털에서 이뤄진다는 한국언론재단의 조사 결과도 있었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다른 매체는 그 영향력을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 최근 SNS로 인해 포털의 위치가 잠깐 흔들리긴 했지만 이미 형성된 플랫폼의 힘은 막강하다.
정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 사람은 공룡 포털을 노렸고, 포털은 이를 막지 못했다. 공룡 포털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막지 못했다면 보안의 취약함이 드러난 셈이다. 이는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로는 법 책임이 없다. 다만 사회 책무에 대한 의견만이 분분할 따름이다.
필자는 공룡 포털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하여 언론 기능을 분리하는 '전기통신사업 일부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미디어 권력의 집중을 막아야 건전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쟁이 생겨야 기업 간 상생 발전이 생긴다고 확신한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 쟁점은 '방송법'이다. 방송법의 최대 쟁점도 바로 권력 분산이다. 미디어 권력을 두고 헤게모니 싸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처럼 미디어 권력이 분산되지 않는 한 같은 문제는 반드시 재발한다. 근본 해결을 위해 국회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2016kimkj@gmail.com
-
안영국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