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택의 과학국정]<14> 환경과학으로 푸는 미세먼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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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철이면 황사로 몸살을 앓았지만 이제는 사계절 미세먼지에 시달린다. 환경 문제로 '이민' 담론이 10배 이상 늘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1번가'의 '정책 쇼핑몰'에서 국민이 가장 많이 주문한 것이 '미세먼지' 대책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미세먼지가 중요한 선거 이슈다. 그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다. 그러나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 공공 차량 2부제, 노후 화력발전 일시 가동 중단, 미세먼지 발생 사업장 자율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욱 강화된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과 배출원에 대한 광범위한 과학 연구·조사·감시가 필요하다. 국내 요인과 국외 요인 분석도 제대로 안 된 것이 현실이다. 위성영상 데이터에 부가해 항공·해상·지상의 고도별 환경 데이터 측정망을 상시 구비하자. 미세먼지 측정소도 주택가·공원 등 생활 지역 중심으로 늘리자. 대기오염이 심한 대도시와 산업단지는 장기 체공형 드론으로 실시간 환경 감시를 하자. 주요 도로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보다 많은 매연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자. 대기 흐름은 위성 정보로 확인되니 빅데이터, 인공지능(AI)으로 오염원을 자동 식별하자. 미세먼지 발생 사업장 단속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외 요인 가운데 중국발 미세먼지, 특히 근래에 늘어난 스모그 걱정이 많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전후에 공해 산업으로 극심한 대기오염을 겪었지만 중국이 최근 20년 동안 대거 산업화하고 석탄으로 난방과 발전을 하면서 대기오염은 더욱 심해졌다. 중국을 다녀 보면 상당수 지역이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심한 대기오염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에 중국 요인도 있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양제츠 국무위원이 한중환경협력센터를 통해 공동 노력을 하자고 한 것은 고무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과학 데이터는 필수다. 중국은 최근 석탄발전 분진 기준과 환경 단속 기준을 강화했다. 전기차·전철,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도 세계 최대다. 그러나 환경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국내 요인도 크기 때문에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실내공기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사회 투자를 늘려야 한다. 지난달 27일부터 정부가 유아·노약자에게 특히 해로운 미세먼지(PM2.5) 농도 환경 기준을 ㎥당 50㎍에서 선진국과 같은 35㎍으로 강화했다. 어린이집과 산후조리원 등 기존의 ㎥당 70㎍ 권고 기준도 새 기준에 맞춰야 한다. 관공서, 학교, 병원, 백화점, 지하철, 버스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 수치를 잘 보이게 표시하게 하자. 차제에 다중시설의 이산화탄소 농도 관리를 의무화하자. 저렴한 보급형 실내청정기와 신기술, 적정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차량이나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공기청정기 시장도 있다.

둘째 실외용 마스크 보급과 개선이다. 상업용으로 많은 제품이 출시됐지만 대부분 일회용인 데다 매일 사용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다. 300원 이하 보급형 마스크 개발이 필요하다. 야외에서 운동해도 숨쉬기 편하고, 반영구성 투명 마스크가 있으면 좋겠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공익근무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근무 시간을 단축하자.

셋째 친환경 자동차와 재생에너지 투자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보다 이 분야에서 뒤처졌다. 그 대신 석탄발전소와 경유 차량만 40% 이상 늘었다. 최근 전기자동차 수요가 급증한 점은 다행이다. 버스전용차로에 전기승용차도 달리게 하자. 너무 많으면 전기택시라도 허용하자. 도심에 전기차 전용 주차장도 늘리자. 천연가스 시내버스를 전기버스로 바꿔 가자.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경제성이 탁월한 무선 전기버스로 대체하자. 시내버스와 광역버스가 우선 적용 대상이다. 무선 노면 전철도 도입하자. 재생에너지는 국내발 미세먼지의 근원 대책이다. 태양광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늘리고, 석탄발전은 줄이자.

마지막으로 대기과학에 의한 미세먼지 제거 가능성이다. 서해 연안에 대형 이온화 물 분사 장치 설치를 검토하자. 축소판 환경과학 실험으로 타당성을 확인하면 된다.

환경과학으로 국민건강도 지키고, 선진국형 미래 산업인 1100조원 규모의 세계 환경 시장 문도 열자.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ctrim@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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