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물량 줄고 中 수요예측 빗나가...4조 기회비용 발 묶여
삼성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새로 짓고도 가동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6개월가량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애플 OLED 아이폰 판매가 예상외로 부진한 데다 중국 수요 예측도 빗나갔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세대 플렉시블 OLED 용도로 전환 투자한 탕정 7세대 액정표시장치(LCD) 라인 L7-1(가칭 A4) 가동 일정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증설한 A2 내 6세대 리지드(경성) OLED 라인도 가동 시기가 불투명하다. A4와 A2 증설 라인 모두 막바지 시험을 하고 있다. 보통 테스트 가동을 마무리하면 곧바로 양산 가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증설 라인의 정식 가동일을 확정하지 못했다. 업계는 이런 추세면 양산 가동이 3분기나 4분기로 연기될 것으로 예상했다.
A4 라인은 6세대 플렉시블 OLED를 월 3만장 생산할 수 있다. 당시 플렉시블 OLED 반응이 뜨거워서 수요가 폭증하자 최대한 빠르게 라인을 전환했다. 기존 LCD 설비는 해외 기업에 매각하지 않고 고철로 처리할 정도로 투자에 속도를 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해 투자한 A2 라인 증설분도 가동 일정을 잡지 못했다. A2 증설분도 월 3만장 규모로 조성됐다.
리지드 OLED와 플렉시블 OLED 일부를 생산하는 A2 라인은 최근 LCD 패널과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중국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동률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기존 라인 가동률이 낮은 터여서 신규 라인까지 가동하면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A4와 A2 증설분에 소요된 투자 규모는 4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양산 준비가 끝났지만 생산할 제품이 없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공장인 A3와 A2 라인 가동률이 지난 1월 기준 50% 이하로 떨어졌고,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애플 주문량이 갑자기 줄었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OLED가 아닌 LCD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LCD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아이폰Ⅹ에 적용한 노치 디자인도 가능해지자 LCD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세트사와 패널사 모두 수요 예측에서 실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 특성상 트렌드가 빠르게 바뀐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역성장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추세를 읽지 못했다는 시각이다.
OLED 소재 등 협력사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증설 투자에 맞춰 공급량 확대 등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1분기 내내 A3와 A2 가동률이 너무 낮아 걱정”이라면서 “언제 신규 라인이 가동을 시작할 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추가로 중국 고객사를 확보하거나 기존 고객사로부터 추가 물량을 확보하는지 여부에 따라 신규 라인 운용 정책이 달라진다”면서 “상반기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규 라인은 가동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시장 변화에 따라 대응하는 게 방침”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