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속도 내는 삼성디스플레이, L7-1 매각 아닌 `분해` 처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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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천안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7세대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하는 탕정 L7-1 라인 장비를 해외 패널 제조사에 매각하지 않고 분해·해체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전환이 급한 상황이지만 적합한 중고장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OLED 라인 증설이 그만큼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연말에 가동을 중단하는 L7-1 라인 장비를 전문 기업에 의뢰해 분해·해체키로 했다. 삼성물산이 L7-1 장비 해체 작업을 맡아 진행한다. 최근 이 사업 프로젝트를 발주했고, 3개 기업이 입찰에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심사를 거쳐 최종 1개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L7-1 라인을 중국 트룰리나 차이나스타(CSOT)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트룰리는 삼성에서 4.5세대(L4)와 5세대(L5) 라인을 구매했지만 아직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차이나스타는 초대형 11세대 투자를 시작했고, 8세대 라인을 보유한 만큼 7세대 구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시장 수요가 급증해 OLED 라인을 풀가동하는 만큼 최대한 서둘러 생산 능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하는 A3 라인에 올해와 내년에 걸쳐 설비를 집중 투자하고 있고, A2 라인에도 리지드 OLED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라인 매각으로 얻는 이익보다 OLED 생산 능력을 빨리 확충해서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삼성디스플레이는 L5 라인을 트룰리에 5088만달러(약 613억원)에 매각했다. L5가 월 10만~12만장 생산 규모지만 7세대 L7이 총 생산 면적 면에서 약 두 배 크다. 중고장비 시장에 개별로 장비를 내놓을 수도 있지만 장비를 해체해 고철 시장에 내놓는 최종 방안을 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장비 매각으로 얻는 이익을 포기할 뿐만 아니라 장비 분해를 위해 비용 수백억원을 추가로 지불하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비를 매각하지 않고 분해키로 결정한 것은 OLED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내부에서 OLED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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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5.7인치 QHD 2560x1440 플렉서블 아몰레드. 두께가 0.3mm에 불과하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L7-1 라인은 가동을 중단하고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하는 설비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총 2개 라인으로 조성된 L7-1은 월 15만장 규모의 7세대 LCD 패널을 생산한다. 업계에서는 이곳에서 6세대 플렉시블 OLED를 월 4만5000장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건물이 노후했고 6세대 플렉시블 OLED에 최적화된 구조가 아니어서 기존과 다른 형태로 공정 라인을 설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예측했다.

L7-1에 새롭게 꾸며질 플렉시블 OLED 라인에서는 애플에 납품하는 용도가 아니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해외 기업에 공급할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L7-1용 플렉시블 OLED 장비 발주가 내년 1분기 중에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8년 1분기에 가동을 시작해 단계별로 생산량을 늘려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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