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vs. 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사칭 혼란 '신경전'까지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려아연 측의 법적조치에서 불구하고 MBK파트너스(MBK)·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업체 직원들의 사명 사칭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MBK와 영풍을 대리하는 의결권 대리행사 업체 직원들이 “고려아연 측이 맞다”는 거짓말까지 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9일 MBK·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 일부를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해당 직원들이 고려아연 사원증을 목에 걸고 주주와 접촉하고, 연락이 닿지 않는 주주 자택에는 고려아연의 사명만이 적힌 안내문을 붙여 연락을 유도한 정황이 있었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MBK·영풍 측은 고소가 알려진 당일 즉시 반박문을 냈다. 명함에 MBK·영풍 측 대리인임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고, 안내문의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해당 주주총회를 특정하기 위한 실무상 표기라고 해명했다. 나아가 형사 고발이 정당한 의결권 대리행사 활동을 위축시키는 압박 수단이라며, 허위 사실 유포가 확인될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과 달리 현장에서는 MBK·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들이 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을 받기 위해 사실상 거짓말을 하다 뒤늦게 이를 알게된 주주들의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에서 나왔냐는 주주의 질의에 MBK·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업체 직원은 “고려아연 측”이라고 답하는가 하면 “오늘 고려아연 측 연락을 또 받았다”고 주주가 따져묻자 “선임하는 이사가 여러 명이라 연락이 여러 번 가는 것 같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는 것이 주주들의 증언이다. 이 직원은 의아함을 느낀 주주가 수 차례 더 되묻고 나서야 영풍 측임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주는 MBK·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과 통화 후 고려아연으로 오인해 위임장을 제출했다며, 고려아연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과 '3자 통화 대면'까지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통화에서 MBK·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은 “영풍 측에서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배당 확대를 위해 임의적립금 9100억원의 이익잉여금 전환 안건 상정을 이끌었다”며 동문서답을 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MBK·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 위임을 받은 의결권 대리행사 업체 직원들, 주주 3자간 사칭을 둘러싸고 언성과 공방도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아연 측 업체가 사칭을 지적하는 질의에 MBK·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은 “고려아연 주주총회 관련이었으며 법적 문제가 없다.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답하면서 언쟁이 오갔고, “주주님이 판단하시면 된다”는 MBK·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의 얘기에 해당 주주는 “고려아연 측과 혼동해 MBK·영풍 측에 위임장을 냈다”며 위임을 곧바로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칭 행위가 일단 주주총회만 넘기고 보겠다는 단기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불법적으로 수집된 의결권은 주주총회 결의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사칭 등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를 지시하거나 방조한 행위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자본시장법 제154조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시 권유자의 신원, 소속 등 중요사항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규정한다.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는 실제 피해 발생과 무관하게 오인·착각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 고려아연 측으로 주주들을 오인시켜 위임장을 받는 것 자체가 주주총회 운영 등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난 2024년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도 의결권 대행사가 배포한 명함에 고려아연 사명이 함께 표시돼 주주들에게 혼선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명함에는 '최대주주 영풍' 문구보다 고려아연 사명이 더 크게 표기돼 사실상 회사 관계자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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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제51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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