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모든 법의 기초,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헌법을 수정합니다. 오는 6월 13일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개헌안 국민 투표를 하기 위해 청와대와 여당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국회의 3분의 2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국민 투표에서도 통과돼야 하죠.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개헌안을 발의합니다. 헌법은 무엇인지, 개헌절차는 어떻게 진행되지는 등을 알아봅니다.
Q:헌법은 무엇인가요?
A:법 중의 법입니다. 국가라는 정치적 공동체의 존재형태와 기본 가치질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규정하는 기본법입니다. 통상 자유권과 평등권, 국민의 4대 의무 등 국민 기본권과 의무에 관한 규정과 국가권력의 조직, 작용에 관한 규정으로 구성됩니다.
모든 국가질서의 바탕입니다. 입법과 행정, 사법 등 모든 국가 권력은 헌법에서 어긋나지 않아야 합니다. 법률을 만들고 해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헌법은 그 나라의 최상위법인 셈이죠.
헌법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식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본법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만큼 중요한 헌법은 대다수 나라에서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헌법을 바꾸는 절차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1948년 헌법을 제정했습니다. 이후 모두 9차례 개헌됐습니다. 순탄치 않았던 우리의 비극적인 현대 정치사 영향으로 우리 헌법은 개정 절차가 더 까다로운 편입니다.
현행 헌법은 6월 항쟁의 영향으로 인해 개헌된 제10호 헌법입니다. 유일하게 10년 이상 유지된 헌법임과 동시에, 역대 최장수 헌법이죠.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정권 시대를 열어낸 헌법입니다. 이전 헌법과 달리 그간 훼손되었던 헌법의 참된 기능을 회복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헌법은 크게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전문과 총강(제1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제2장), 국회(제3장), 정부(제4장), 법원(제5장), 헌법재판소(제6장), 선거관리(제7장), 지방자치(제8장), 경제(제9장), 헌법개정(제10장), 부칙이 기재돼 있습니다.
부칙 6개 조를 제외하면 총 10장 130조의 형태인데, 이 안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가치와 동력원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헌법은 국민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보는 게 좋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손쉽게 찾아볼 수 있고, 한글로 읽기 쉽게 수정돼 있습니다.
Q:헌법은 왜 바꿔야 하나요?
A:현행 헌법도 총강에서 먼저 주권, 국민, 영토를 규정한 뒤 국회나 대통령보다 국민을 더 앞세우고 있습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 중에서는 권리가 먼저 나옵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설명한 후에야 비로소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설명합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나온 뒤 마지막으로 사법부가 나오는 형태입니다. 이 순서는 모두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국민을 최우선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이 마지막으로 개정된 것은 1987년이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일이죠. 당시의 사회 가치, 국민의 인식, 국가의 지향점은 현재와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도 없었습니다. 달라진 점을 꼽자면 하루반나절도 모자랍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 대통령 중심제 속에서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들이 모두 구속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개헌안은 국회, 대통령이 각각 발의할 수 있습니다. 국민에게 이러이러한 개헌안을 제출하고 투표를 통해 선택을 받는 거죠.
Q:지금 개헌 논의는 어떻게 이뤄졌나요?
국회는 이른바 최순실 사태가 터진 2016년 12월 29일 본격적인 헌법 개정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헌법개정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2018년 1월 1일에는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산하에 자문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국민 참여를 돕기 위해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 사이트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헌법을 바꾸는 것이다 보니 각 정당의 입장차가 큽니다. TV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국회가 다투는 모습을 볼 수 있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국회 논의와 별개로 정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대통령 개헌안을 준비했습니다. 최근 며칠 사이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이죠. 주요 헌법 개정 안건 이해를 돕기 위해 내 삶을 바꾸는 개헌, 국민헌법 사이트를 통해 여론을 수렴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26일 개헌안을 발의합니다.
Q:개헌이 가능할까요?
A:쉽지 않습니다. 국회가 발의하든, 대통령이 발의하든, 국회 재적의원(현 293명)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현 121명)을 제외한 모든 야당은 대통령 중심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회가 중심이 되는 의원내각제, 혹은 그에 상응하는 권력구조를 원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상태에서 의원내각제 등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합니다. 대신 대통령 개헌안은 대통령 단임제(5년)를 연임제(4년, 2번 가능)로 바꾸자고 합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여전히 이견차가 크기 때문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국회는 자신만의 개헌안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이 역시도 순탄치는 않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 역시 각 정당의 입장차를 갖고 있습니다.
헌법은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죠. 신중한 개헌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가진 개헌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련도서]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지음. 로고폴리스 펴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와 헌법의 본고장 독일에서 법과 철학을 공부한 고려대 로스쿨 윤재왕 교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차병직 변호사가 함께 썼다. 전문과 총강부터 부칙까지 조항 하나하나마다 쉬운 설명, 히스토리, 이슈를 함께 다뤘다. 판사의 판결문이 시민에게 낯설고 어려운 단어 투성이라는 것을 충분히 배려했다.
◇'손바닥 헌법책'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지음. 탐탐하우스 펴냄.
'손바닥 헌법책'은 우리 헌법의 효시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령1호 '대한민국임시헌장'(1919년 4월11일)과 현행 '대한민국 헌법'(1987년 10월29일), 유엔이 선포한 '세계인권선언'(1945년 12월10일)을 담았다. 60쪽 분량에 값은 500원이다.
참된 민주나라를 우리 손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헌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손바닥에 붙이고 늘 읽어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펴낸 책이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