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재위에 힘을 실어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제21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굵은 정책 방향을 정해주는 것이 지재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지식재산 인재 40만명을 양성하고 특허경쟁력을 강화해 IP 무역수지 흑자 전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산업 경쟁력을 올리는 데 지식재산은 필수요소다. 이 총리가 강조했듯이 지식재산이 왜 중요한지를 재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1위, 특허출원 4위, 세계 5대 지식재산 강국으로 오른 데에는 무형의 기술과 특허 경쟁력이 기여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지재위를 설립한 배경도 여기에 있었다.

선진국 수준으로 지식재산 경쟁력이 올라갔다지만 아직 과제가 산적하다. 밖으로 보이는 외형에 비해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지식재산 분야가 '속 빈 강정'이라고 비아냥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2010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매년 적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적자규모는 2012년 4조7000억원, 2014년 5조3000억원에 이어 2016년에도 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허 편중' 현상도 심각하다. 인공지능(AI) 분야를 놓고 볼 때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이 세계 특허 중 6121건(53%)을 차지했으며 일본이 2980건(26%)이었다. 반면에 우리는 306건(3%)을 보유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지재위 위상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2011년 대통령 직속으로 발족했으나 2012년 총리실 산하로 박근혜 정부 때는 미래부 소속으로 격하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나마 명맥은 유지했지만 힘은 크게 빠져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100대 공약 과제 중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은 언급조차 없었다.

지식재산은 긴 호흡이 필요한 분야다. 당장 성과가 없다고 소홀히 한다면 회복 불가능한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 중장기 비전을 가지고 정권의 이해 없이 밀어 붙일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지재위가 존재감을 보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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