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대국으로 지구촌의 눈과 귀가 한국에 집중됐다. 그날 이후 AI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렸다. 국내에서도 AI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연구실에서 수십년 동안 AI를 연구해 온 연구진이 언론에 하나 둘 등장하고, AI 인력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계기가 됐다. AI 기술을 도입해 묵묵히 사업하던 기업이 주목받고, 관련업계 주가가 급등했다. 비즈니스로 연결되지 못한 채 사장돼 가던 AI 응용 기술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AI 화두는 여전히 뜨겁다. 인식도 높아졌다. 4차 산업혁명 흐름과 맞물리며 당분간 식지 않을 핵심 이슈로 자리 잡았다. 관심은 높지만 한국 AI 산업의 현재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른바 우리가 경쟁국이라고 여겨 온 나라에 크게 뒤져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CES 2018은 AI 전시회로 불릴 정도로 제품에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AI를 접목한 무언가로 채워졌다. AI 패권 경쟁의 장이 됐다. 국내 일부 대기업도 참전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이미 대세는 선진 몇몇 기업이 장악했다.
그러나 우리가 AI 기술 후진국이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AI는 이미 첨단 기술로서의 가치보다 응용 비즈니스로서의 가치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내 분야별 주요 기업이 AI 관련 서비스와 기술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앞으로 수년간 다양한 응용 산업 및 제품·서비스가 쏟아질 것이다.
뒤처진 만큼 전략 접근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대열에 올라본 경험과 세계를 제패한 산업군이 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 모델을 발굴하면 AI 응용 산업을 선도할 기회는 온다. 글로벌 AI 테스트베드 역할을 자임해 간접 경험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한국의 강점 분야를 선정, 정책 투자를 집중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지금은 AI 성공 경험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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