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목적기관 지정법'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6개월간의 입법예고를 거쳐 8월 말부터 시행된다. 과기분야 출연연은 이때부터 기타공공기관에서 벗어나 연구목적기관으로 새 출발 할 수 있게 된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하는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입법예고 기간 안에 마무리하면 된다. 마침 기재부는 22개 공공기관 관련지침을 4개로 통합하는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과학기술연구회도 연구목적기관 지정을 감안한 효율화 방안을 마련, 7월까지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8월말 이후 출연연은 더 이상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연구기관에 맞지 않는 경영효율화나 서비스 제고 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연구개발(R&D)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게 됐다.
이제 공은 출연연과 과학기술인에게로 넘어왔다. 출연연을 특수목적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과기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변화와 혁신을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골손님이었다.
정부가 특수 목적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설립한 출연연을 일반 공공기관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고 운영하도록 한 것은 말도 안되는 처사였다. 설립 목적을 외면한 채 관리 편의성만 앞세운 것이었다. 과기혁신을 경영 마인드로 관리하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연구비를 부정 사용하거나 나태한 연구활동 등으로 연구자 스스로가 신뢰를 무너뜨린 것도 사실이다. 연차가 쌓인 만큼 깊이를 더한 연구에 매진하기 보다는 관리자로 돌아서거나 정치로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출연연은 연간 4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쓰는 국책 연구기관이다. 연구 자율성과 안정성을 높여 창의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만 그에 걸맞는 관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연구목적기관 지정은 특수성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만큼 연구활동에 더 매진하라는 의미다. 또다시 특권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과기계 스스로가 더욱 철저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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