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전자산업의 '양질 전환의 법칙'

한중일 3국 전자산업은 치열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발전했다. 이 동북아 3국이 세계 전자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동력이기도 하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일본이 맹주였다. 한국은 일본 전자산업을 벤치마킹하며 기회를 엿보던 시기다. 중국은 공식 리그에서는 존재감조차 없었다.

우리 전자산업이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자평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 중반이다. 한국과 일본은 대등한 경쟁을 벌였고, 내수시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돌진하는 중국은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껴지는 정도였다.

중국의 성장세는 무섭다. 한국과 일본을 뛰어넘는 세계 1등 품목을 하나둘씩 만들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LED 분야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TV 후보로 부상한 마이크로 LED TV 상용화를 위해 중국 LED업체를 협력사로 선택했다. 마이크로 LED TV는 마이크로미터(㎛) 단위 초소형 LED로 화소를 구성한 차세대 TV다.

LED는 삼성이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심혈을 기울였던 분야다. 삼성은 이제 LED를 자체 생산하면서도 중국업체 제품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과거 LCD 종주국인 일본 전자업계가 한국에서 LCD를 조달했던 상황과 판박이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다보면 기술력도 높아진다. 양적인 팽창이 있어야 질적인 도약이 일어난다는 '양질전환의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TV제조사다. 제휴한 중국 LED업체 수주량이 증가하면 '양질 전환의 법칙'은 더욱 가속화한다. TV 시장 새 흐름의 주도권을 통째로 중국에 뺏길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먼저 선점하고 중국이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아와 수년 뒤 주도권을 넘겨줬으나, 마이크로LED TV는 처음부터 중국이 생태계 전반을 쥐고 흔드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LED 사례가 다른 분야로 확산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