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 없어 보이던 우버도 경쟁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은 중국의 경쟁자 디디추싱이다. 차량 공유 기업 디디추싱은 현재 기업 가치 560억달러(약 60조원)다. 유니콘 기업 가운데 우버 다음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청웨이라는 젊은이가 2012년에 창업했다. 2008년에 설립된 우버보다 3년 늦은 출발이다. 우버 탄생으로부터 10년이 지나도 차량 공유 서비스라는 혁신이 불법으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디지털 혁신 수용에 인색한지 중국과도 대비된다.
1983년생 청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로 이제 35세다. 청웨이의 인생을 보면 중국의 힘이 보인다. 베이징화공대학을 졸업한 그는 발마사지 회사의 회장님 비서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2005년 알리바바의 기업간전자상거래(B2B) 영업사원으로 지원한 뒤 6년 동안 일하면서 중국 북방 지역의 영업 매니저로 승진했다. 이어서 알리바바의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로 전직, 최연소 북부 지역 책임자 자리에 오른다. 중국이 나이나 학벌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인재를 발탁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오늘날 중국의 미래를 만드는 지도자가 젊은 나이에 신속하게 발탁되고 지도자 위치에 오르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변화를 만들어 가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지도자는 이처럼 젊다. 근대 사회의 변혁은 기술이 주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기술의 기회는 젊은 층이 먼저 포착한다. 미국 창업가의 속성 통계 관련 연구에 따르면 젊은 창업가의 창업 성공률이 높다. 기술에 노출되는 것이 많고, 그러한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의 창업가가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청웨이의 경험과 일치한다.
젊은이들이 더 일찍 기술 집약 회사에서 경험을 쌓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병역제도는 청년에게 이런 기회를 제약한다.
청웨이는 알리바바를 그만둔 뒤 2012년 베이징에 오렌지테크놀로지라는 회사를 신설하고 '디디다처'라는 서비스를 개시한다. 택시를 '삐삐로 호출한다'는 뜻의 서비스로, 우리나라의 카카오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다. 회사는 중국 인터넷 강자 텐센트로부터 투자금 1200만달러를 받고 성장한다. 이어서 알리바바가 투자한 '콰이디다처'와 치열한 경쟁을 한다. 라이벌을 지지하던 두 회사는 2015년 합병을 통해 정식 이름 '디디콰이디(Didi Kuaidi)'가 되지만 흔히 '디디추싱'으로 불린다. 합병을 주도한 인물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된 골드만삭스 출신의 진 류(여·중국명 류칭)라는 사람이다. 거대 혁신 기업의 탄생에는 많은 인재의 영입이 필수임을 보여 준다.
기업은 자본과 인재를 근본으로 하여 성장한다. 유니콘 기업은 초기부터 거대 자본과 휼륭한 인재의 수혈을 받는다. 대기업이 단계를 밟아 성장해 나간다기보다는 탄생 때부터 크게 시작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창업 기업은 여전히 지하 차고에서 라면을 먹어 가며 '열정페이'의 저임금 인력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생각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것이다.
중국에는 바이두가 공유 차량 서비스 시장에 진출, 빅3 업체가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이후 디디추싱으로 합병, 오늘날의 거대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는 중국의 젊은 혁신 기업이 전략의 유연성을 갖췄음을 확인시켜 준다. 디디추싱이 탄생하기까지 단 3년 사이에 두 번의 거대한 합병이 이뤄진 것을 보면 비록 경쟁 회사지만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인수합병(M&A)한다는 그러한 결정이 매우 신속하게 이뤄지는 중국의 벤처 생태계를 알 수 있다.
규모와 신속성은 양립하기 어려운 속성이다. 거대 기업일수록 무거워져서 둔해진다. 중국의 젊은 세대가 이끌고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 디디추싱이 어떻게 글로벌 선두 주자 우버를 상대로 완승했는지는 다음 편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