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소수기업 의존...中 BOE·GVO 등 6세대 라인 '가속'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 투자에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중국 기업은 오히려 투자를 앞당기고 있다. 한국 OLED를 소비해 온 애플이 주춤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에서도 격차를 빠르게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도 삼성전자, 애플 등 소수 스마트폰 기업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탈피해야 투자 모멘텀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신공장 A5 투자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다. 최근 아이폰X(텐) 판매 저조로 플렉시블 OLED 수요가 감소하면서 증설의 필요성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이르면 1분기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차일피일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중국 기업은 OLED 설비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기업은 당초 계획보다 투자 일정을 1년가량 앞당겼다. 중국 최대 패널 제조사 BOE는 내년 4분기로 준비해 온 ?양 B11 라인 2단계 투자를 앞당겨 올 3분기에 집행한다. BOE는 B11 라인에서 올해 초와 내년 초에 각각 2단계, 3단계 투자를 발주할 예정이었다. 당초 계획을 1년 정도 앞당긴 셈이다.
BOE는 6세대 플렉시블 OLED 라인 B7과 B11 외에 추가로 청두에 B13, B14 라인을 추가 투자하기로 확정했다. 새로운 2개 라인의 명칭은 각각 B15와 B16으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미 확정한 B12 라인의 첫 투자는 올 4분기에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BOE는 B11과 B12에서 애플에 공급할 OLED를 주력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아직 애플의 공식 공급사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고비전옥스(GVO)도 난징에 새로운 6세대 플렉시블 OLED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5.5세대 및 6세대 라인과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차이나스타(CSOT)도 오는 2분기에 우한 T4 라인 2단계 설비를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 CED판다도 6세대 OLED 설비 투자를 2분기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국내 패널사 6세대 OLED 설비 투자 기조는 지난해와 달리 상당히 위축됐다. 삼성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도 스마트폰용 OLED 투자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잡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9조원으로 계획했지만 대부분 파주 P10과 광저우 8.5세대 OLED 등 대형 OLED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이폰을 비롯해 전방 시장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 OLED 투자가 속도를 내는 것은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성장 덕분이다.
한 장비 기업 관계자는 “최근 아이폰X 때문에 중소형 OLED 시장 분위기가 위축됐지만 중국의 투자 열기를 꺾지는 못할 정도인 것 같다”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후방 기업도 올해 중국 패널업계 수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플과 삼성전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패널업계가 중국 시장도 서둘러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애플과 삼성전자 위주로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해서 성장한 반면에 중국 수요는 충족시키지 못했다”면서 “중국 비중을 높이는 등 고객사와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