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폐막한 CES 2018은 인공지능(AI)이 일상 생활 곳곳에 파고든 스마트시티 모습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장이 됐다. 스마트폰이나 스피커로 음성 명령어를 내리는 단순한 현재 모습에서 사용자 개인 특성과 패턴을 학습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식으로 진화했다. 상상 속에서 그리던 미래 생활이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인공지능은 모바일, 가전, 자율주행차, 증강·가상현실(AR·VR), 스마트시티, 5세대 통신(5G) 등 첨단 기술 산업 전반에 걸쳐 하나의 공통 분모가 됐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각 분야 요소 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해졌다.
전자신문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콘퍼런스룸에서 'CES를 통해 본 2018 ICT 산업·수출 대전망 좌담회'를 개최하고 우리나라 기업 상황을 점검했다.
각 분야 전문가는 국내외 글로벌 대기업이 앞다퉈 인공지능 경쟁에 뛰어들면서 중소기업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연구기관, 기업이 협력해 국가 연구개발(R&D) 성과를 극대화하고 중소기업 성장과 도전을 지원할 방안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가나다 순)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박청원 전자부품연구원장
△이성우 나온웍스 이사
△한진현 한국무역정보통신 대표
△사회=김승규 전자신문 전자자동차산업부장
◇사회(김승규 전자신문 전자자동차산업부장)=CES는 앞으로 펼쳐질 세계 기술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볼 수 있는 자리다. 올해 CES에서 인상 깊게 봤거나 함께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는가. 또 전시회에서 본 흐름을 토대로 우리 기업이 해외 진출할 때 개선해야 할 상황을 말해 달라.
◇남인석(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매년 CES를 관람한다. 올해는 스마트시티를 화두로 내세웠는데 스마트시티를 눈에 띄게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는 기술이 아직 덜 성장한 것 같다. 다만 각 분야별 요소 기술을 전시한 기업이 많았는데 이를 모아보면 스마트시티로 변하는 큰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분야 전시를 보니 한국 기업이 위기를 맞은 것 같다.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이 분야가 주로 거론되는데 한국 기업을 거의 보지 못해 걱정된다. 이 분야에서 사업하는 국내 기업이 있지만 CES에 나오지 않은 것을 보니 너무 국내 시장에 국한됐다는 생각이 든다.
◇민동욱(엠씨넥스 대표)= 6년째 CES에 왔는데 자율주행이 주요 테마가 된 건 4년 전부터다. 더 새로운 기술은 크게 보이지 않지만 기존 기술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충분히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고 기술 깊이도 더 깊어졌다. 작년 주요 테마였던 드론과 AI 기술도 더 심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나 학생 모두 이런 변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깊게 연구해서 협업했으면 좋겠다. 기업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동시에 여럿이 협력해야 하는 분야가 늘어나는 것 같다.
◇한진현(한국무역정보통신 대표)=CES는 올해 처음 방문했다. 센서 기업과 스타트업 중심으로 전시하는 유레카파크 등이 인상 깊었다. 말로만 듣던 AI 콘셉트가 상당히 많이 보편화되고 있었다. 이제 AI는 특수 영역이 아닌 커피머신, 헬스 등 어디서나 쉽게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게 보였다. AI와 커넥티드가 합쳐진 큰 흐름이 앞으로 시대가 갈 방향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이런 변화를 어떻게 도입할지 생각해봤다. 아직 전자상거래는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하나의 산업으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수출 패턴임에도 정책적으로 소외됐다.
알리바바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수입 수출 관련 다양한 정보를 사용자가 쉽게 선택하도록 시스템으로 갖추고 비즈니스를 매칭해준다. 월마트,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가 대형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전자상거래 산업 방향성을 보니 답답했다.
◇이성우(나온웍스 이사)=올해 CES에서 스마트 공장 보안솔루션을 시연했다. '스마트시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겼고 4차 산업혁명이 계속 화두지만 이에 비해 보안투자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사람과 여러 사물이 상호 연결되고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보안 이슈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박청원(전자부품연구원장)=CES에서 화두가 된 기술은 2~3년 뒤에 정식 상품이 되는 것 같다. 3~4년 전부터 자동차가 화두인데 올해 AI를 적용한 자동차가 많이 등장했고 2~3년 내 상용화한다고 한다.
작년 아마존 알렉사 기반 AI 스피커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올해는 당연히 AI를 해야한다고 느껴질 정도다. 스마트홈에서 스마트시티로 영역도 넓어졌다.
오는 6월 5G 국제표준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솔루션, 장비, 서비스, 단말기, 부품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발생할 것이다. 한국은 5G 통신에서 앞섰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를 시연하면 다가오는 MWC 전시회에서 5G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할 것이다. 한국이 앞선 분야인 만큼 중소기업이 단위 부품, 솔루션을 공급하는데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예전에는 도로 등 하드웨어가 인프라였지만 이제는 기술이 인프라 기능을 주로 하는 것 같다.
스마트시티 콘셉트도 많이 등장했는데 1~2년 뒤에는 도시 단위로 커지고 서비스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식상해질 정도로 흔해졌지만 앞으로 산업 발전을 계속 이끄는 것은 분명하다. 5G,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여러 기술이 발전하면서 변화를 일으킨다.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남인석=세계 모든 기업이 스마트카 시장에서 기회를 노린다. 자율주행을 실현하면 과거 스마트폰이 여러 시장을 잠식한 것처럼 자동차가 다른 시장을 잠식할 것이다. 두려운 일이지만 분명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은 가전을 비롯해 IT 시장에서 활약했으므로 스마트카 시장에서도 기회가 많고 역량도 충분하다. 정부 정책, 전시회 등으로 지원하고 기업이 서로 협력하면 제2 가전처럼 스마트카 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국내 가전 기업도 전장 시장에 많이 진출했다. 해외 기업보다 늦었지만 그래도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동욱=큰 흐름에서 한국 기업이 잘 하고 있다. 5G 통신을 빨리 상용화하면 칩 생태계가 커지고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시장에 없던 중국이 이제는 10위권에 진입했다. 과거 중화권 기업과 기술 격차가 1~2년 정도였다면 이제는 6개월~1년으로 좁혀진 것 같다.
이를 대비해 정부, 산하기관, 기업이 서로 협력해서 잘 하는 분야는 심화시켜 1등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만들었으면 한다. 중국 추격에 대비하기 위해 중간 체급 기업도 많이 생겼으면 한다.
◇박청원= 정부, 산하기관, 중소기업이 협력하지 않으면 이제는 선두를 지키기가 힘들다. 4차 산업혁명 기술 트렌드는 엄밀히 중소기업이 혼자 할 수 없는 분야다. 자고나면 바뀔 정도로 빠르게 변하니 중소기업에게 벅차다. 중소기업은 4차 산업혁명 생태계에서 단위 기술, 단위 산업으로 접근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정부와 민간이 생태계를 만들어서 모두 함께 나가야 경쟁력이 생긴다. 사물인터넷 기술 하나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핵심 기술을 잘 만들고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주체 간 협력이 정말 필요하다.
과거 한국은 유비쿼터스 시티 개념을 먼저 제안했다. 당시에는 기술이 없어 활성화되지 못했다. 지금은 한국의 관련 기술 경쟁력이 높아서 스마트시티를 실현하는 기본 경쟁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예전처럼 핵심 기술만 갖고 접근하면 안 된다. 기술 수요자, 건축, 인프라 등이 모두 있어야 한다. 수요자와 기술 공급자의 중간에서 중소기업 역할이 늘어나야 한다. 이게 진짜 생태계다. 정부 역할은 수요자와 공급자, 이들 사이에서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 간 얼라이언스를 만들고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를 만든다면 '스마트시티'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등 다른 분야에서도 기회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코어기술을 개발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보급사업의 혜택을 해외 기업만 누리게 된다. 정부가 수요를 창출하되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역할을 줘야 한다. 융합 얼라이언스를 만드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본다.
◇민동욱=CDMA가 좋은 사례다. 1990년대 당시 ETRI, 삼성, LG, 현대 등이 다 모여서 기술을 개발하고 표준화 작업도 했다. 메모리, 기반 부품 육성 등도 수행했다. 5G 통신 인프라를 전국에 구축하려면 정부, 통신기업, 산하기관이 각자 주어진 역할을 차질없이 해야 한다.
5G를 빠르게 실현하려면 향후 3년간 산학연관이 합심해 CDMA 표준화 사례처럼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 5G 통신이 되면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새로운 산업이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다.
향후 2~3년이 중요한데 중국 경쟁사와 차이가 크지 않아 우려된다. 화웨이, ZTE는 자사가 세계 5G 리더라고 말한다. 기술 격차 없는 분야가 대부분이고 격차 기간도 6개월 정도다. 국내는 통신 3사가 경쟁을 펼치면서 투자하고 있지만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는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줘야 한다.
◇한진현=정부는 플랫폼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시장을 개방해 중소기업이 많이 참여하고 어우러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게 생태계가 지향할 방향이다.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에는 플랫폼이나 콘셉트가 없다. 세계 흐름에 편승했을 뿐이어서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이제 우리도 차별화된 중소기업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오프라인 무역 시장에서 정부는 역할이 분명했다. 전자문서로 서류를 작성하고 관세청, 세관, 항만 등에 문서를 보내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같은 일을 할 수 있게끔 한다. 온라인 시장 성장성이 분명한데 스마트 전자상거래를 위한 시도가 부족하다.
작년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수출은 약 3조원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7%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된다. 아마존 같은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면 세관에 별도 수출신고가 없어 수출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반품이 되면 반송된 물건이 수입으로 잡힌다. 이제는 온라인 수출 흐름에 맞춘 시스템을 마련해 자동으로 수출 혜택을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숨 쉬는 통로가 된다.
◇사회=한국은 작지만 무역 강국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점점 커지는데 IT 인프라가 우수한 한국이 전자상거래 수출이 미미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한진현=온라인 판매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수출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지 않을까. 디지털 보부상을 10만~20만명 수준으로 키우면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수출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간이수출제도가 있지만 온라인 판매자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수준 온라인 무역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성우=가장 힘든 게 표준화다.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팩토리, 가정용 에너지관리 시스템 분야 경우 가전제품이 표준을 안 따르면 사용할 수 없게 되더라. 중소기업이 틈새시장을 노리고 진입해도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기 힘들게 되면 활성화가 안 된다. 일본은 에너지 관리 등을 플랫폼화해 공급한다.
중소·중견기업이 시장을 개척하는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표준을 지켰으면 좋겠다. 표준화만 되면 커넥티비티 솔루션으로 다 연결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스마트홈, 스마트시티로 발전하는 시작이 된다. 중소기업은 표준화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민동욱=표준화는 중소·중견기업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2~3년간 벌어들인 수익을 다 쏟아 부어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도 표준화가 안 되면 다른 영역을 다시 시도할 체력이 남지 않는다.
◇박청원=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 기술 우위를 선점하면 표준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그래서 국내 대기업이 기술 우위를 선점하고 표준화 플랫폼을 만들어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 국내 대기업과 함께 일하는 중소·중견 기업이 많으므로 삼성·LG가 플랫폼을 장악하면 자연스럽게 협력사도 기술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다.
플랫폼 장악은 결코 쉽지 않다. 중소기업이 도전할 영역이 아니다. 대기업처럼 규모 있는 기업이 장악해야 한다. 한국은 벌써 플랫폼 장악력을 잃은 분야가 많다. 가전은 이제 시작이므로 해볼만하다.
스마트공장도 GE와 지멘스가 플랫폼을 장악했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플랫폼 시장 진출을 노려볼 만하다. 플랫폼을 장악하지 못하면 수많은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를 어떻게 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고민스럽다.
◇남인석=기술표준원장으로 일한 경험에 비춰보면 '표준화 없이는 안 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패스트 팔로워는 표준화가 필요 없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는 표준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 표준화에 대한 기업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표준화 활동에 대학 교수, 공무원, 연구소만 참여하고 기업은 관심이 없었다. 요새는 표준화 중요성을 알고 내부에 표준팀을 만들고 표준화 활동에도 참여한다.
◇사회=각 분야별 전문가에게 묻고 싶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중소·중견 가전기업 수는 줄고 있다.
◇남인석=국내 가전사업은 삼성·LG를 빼면 허리가 없다.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가전 기업을 키우기 위해 중소형 가전산업 육성대책도 펼치고 중견 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노력을 정부가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매출 1조원 규모 중견 가전기업이 10개 정도로 늘어나야 한다.
◇사회=부품 산업이 중요하지만 원천기술을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최근에는 센서 수요가 증가해 관심이 커졌지만 관련 기술력이 부족한 것 같다. 개선 방안이 있나.
◇박청원=중요한 건 커넥티비티다. 통신, 사물인터넷 플랫폼과 센서가 결합해 사용자와의 접점에서 역할을 한다.
이제는 전체 기술 연구개발 방향을 지난 30년간 해온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많은 비즈니스가 플랫폼 단위로 이뤄지므로 연구개발도 특정 기술이나 부품 개발보다는 중소기업이 잘 활용하도록 제품·산업군별 공통 단위 부품을 모듈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통 단위 부품을 모듈화하면 중소기업이 이를 응용한 새로운 시도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
센서도 온도, 냄새, 먼지감지 등 여러 분야가 있다. 각 분야에 맞는 센서 모듈, 통신 모듈 등 모듈화해 놓으면 중소기업이 이를 선택·응용해 좀 더 빨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기술은 깊이도 중요하지만 개발 속도도 중요하다. 깊이 있는 기술은 연구소 몫이지만 요즘 같은 속도 경쟁 환경에서는 중소기업이 빠르게 치고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사회=출연연 연구 성과 중 좋은 기술이 많은데 관련 기업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박청원=공공 연구기관은 좋은 성과를 많이 보유했다. 정부는 주로 선행 연구를 담당한다. 대부분 3~5년전 개발한 연구물이 지금 제품에 반영돼 상용화된다. 정부는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 정부와 연구기관이 보유한 수많은 연구 결과를 잘 정리하고 1차 가공해서 기업에 알려주는 것도 연구기관 역할이다.
기존 연구 결과 중 중소기업이 필요한 내용을 선택하면 연구기관에서 좀 더 발전시키면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성과물을 분야별로 잘 정리해 기업에 알려주고 반응을 청취해야 한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 역량과 시간이 모두 부족한 만큼 출연연은 기술을 이전한 뒤 상용화하기까지 부족한 기술을 채우는데 협력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연구기관을 자기 회사처럼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전자부품연구원 경우 4~5년전에 개발한 기술이 최근 들어 관심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선행연구 덕분이다. 기업이 이전받은 기술을 잘 알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연구기관이 결과물을 1차 가공해 기업에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기관은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 다리를 놓는 역할도 해야 한다. 해외 첫 관문을 뚫는 역할을 공공 연구기관이 해주면 좋다.
◇민동욱=대기업과 정부 정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양산 경험 위주로 성적을 매기니 중소기업은 파트너를 확보하기 힘들다. 파트너십 기준을 양산 경험에 두는 문화가 걸림돌이다.
◇박청원=정부 연구개발 과제 문화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연구기관끼리 경쟁해야 하는 문화가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에 두 가지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각각 수행하는 연구기관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쪽 연구기관이 과제를 맡으면 해당 연구소가 나머지 분야 기술까지 다 개발해야 한다. 연구소간 경쟁만 시키지 말고 협력을 모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연구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자율주행 경우 자동차, 조선 등 업종별로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공통 기술은 개발 장벽을 허물어서 함께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연구개발 자금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사회=올해 수출 전망은 어떤가. 수출을 활성화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한진현=올해도 수출이 양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가 수출 성장을 계속 주도하지만 환율 변동성 문제가 있다.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우리나라는 연간 무역액이 2014년 이후 3년 만에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제 수출도 과거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한국 총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0.5%에 불과하다. OECD 조사 대상 26개 국가 중 가장 낮고 OECD 평균인 31.5%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한국은 수출 1조달러 돌파를 두 번이나 달성했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국가가 세계서 6번째로 수출을 많이 한다.
하지만 제조업 제품이 우수한데 비해 아직 수출 비중이 적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수출 기업에 납품만 하는 내수 기업이 상당히 많다. 이런 실력 있는 내수 기업이 수출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수출 방식도 혁신적으로 바뀔 때가 됐다.
◇박청원=스마트 공장, 스마트시티 등 기존 인프라에 디지털을 잘 접목하면 데이터 활용이 점점 중요해진다. 우리나라는 기반이 제조업이어서 해외의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국내 산업 인프라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제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제품을 팔면서 운용, 유지보수, 관리해주는 서비스업이 더 많은 제조업에서 일어나야 한다.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활용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이처럼 제조업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수출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게 된다.
◇이성우=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보면 국내 중소기업은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저임금 상승, 물가상승 요인이 있다. 실질 소득이 올라도 체감하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이대로 가면 2~3년 안에 해결하기 녹록치 않은 현상이 생길 수 있어 걱정된다.
중장기로 일자리 수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질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당장 1~2년을 잘 이겨낸다면 우리나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CES 특별취재팀>라스베이거스(미국)= 김승규 부장(팀장), 권건호 차장, 한주엽·배옥진·류종은 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