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정부 VS “신뢰 먼저” 노조...800조 호남 반도체 베팅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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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3 xyz@yna.co.kr(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에 신설하는 800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트를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정부의 '속도전'과 노동계 '신중론'이 투자 이행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에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재차 촉구했다. 앞서 1일 정부와 회사, 조합이 함께하는 협의의 장을 처음 제안했지만 답변이 없다는 이유다.

초기업노조는 주말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 84%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한다고 13일 밝혔다. 전환배치와 근로조건, 처우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다.

노조는 “정부는 속도를 말하지만, 그 속도를 감당해야 할 사람에 대한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 역시 두 차례 미팅에서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사측은 '경영진도 부담스러워한다'며 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노조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공개석상에서 '원전 확대 및 전력구매계약을 적극 추진하고, LNG 열병합 발전도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며 전력 인프라에 대한 우려를 직접 언급했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어 “조합이 제안한 노사정 협의의 장에 응답해 달라”며 “조급함보다는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대비해 나가는 것이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일할 사람도, 투자할 회사도 확신하지 못하는 계획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정책 일관성 문제도 제기했다. 주4.5일제를 추진하는 동시에 메가프로젝트를 이유로 주52시간 상한 해제를 검토하는 데 대해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의사는 고려되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 사안을 2027년 임금·단체협상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따라 조합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도 교섭 대상에 포함돼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각 회사 노조가 호남권 투자계획을 계기로 임금과 처우 협상 등 다른 요구까지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속도전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6일 점검회의에서 “행정 절차 지연으로 투자 집행이 늦어지는 일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인허가 절차 병행 추진을 주문했다. 부지도 발표 일주일 만에 광주 군공항으로 확정하며 속도를 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우리 경제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며 “반도체·피지컬AI·AI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투자가 기업 시간표대로 제대로 이뤄지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집중 지원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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