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공지능(AI) 혁명, 4차 산업혁명에서 선진국에 크게 뒤져 있다. 국가 AI 수준뿐만 아니라 기업 경쟁력에서도 선진국 기업에 못 미친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인지하는 시점도 늦었고 인지 후 대응도 부족했다. AI 연구는 전문가 중심으로 명맥이 이어 왔다. 그러나 투자 수준은 미미했다. 4차 산업혁명을 국정 과제로 세팅한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다. 바로 '언어(용어) 장벽'이다. AI는 이미 오픈된 기술이다. 성패는 데이터에 달렸다. 선진 기업이 자사 AI 플랫폼 인프라를 오픈하는 이유는 세계 각국에서 데이터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언어 장벽'이 기회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미 상당한 데이터를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헌납했지만 아직 한국에서만 통용되는(한국 정서가 담긴) 데이터는 기초 데이터로 남아 있는 것이 적지 않다. 다국적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이 우리 언어와 정서 데이터로 성과를 만드는 것이 대체로 용이하다. 다국적 기업은 세분화된 전문 분야보다 일반 B2C에 주력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틈새시장에서 '언어 장벽'을 최대한 활용, 경쟁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웃픈'('웃고 싶은데 슬프다'란 뜻의 속어) 현실이지만 현재로서는 마지막 남은 무기이자 기회가 '언어 장벽'이라고 말한다. 언어 장벽은 우리가 글로벌로 나아가는 데에는 큰 장애가 되지만 외국 기업의 국내 공략 방어에는 특효로 작용한다. 소극적이지만 우리만의 데이터로 경쟁력을 확보해서 작더라도 AI 비즈니스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지 여부는 그때 가서 타진하면 된다.
데이터 패권 전쟁에서 우리는 낙오자다. 금융, 통신, 포털까지 외국 기업과는 게임이 안 된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해 개인 정보 보호 규제에 저촉되지 않은 공통데이터모델(CDM) 기술을 연구·상업화 용도로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어진 시간은 촉박하지만 이번 조치로 말미암아 우리 기업과 의료계가 미래 첨단 의료 분야에서 AI 경쟁력을 확보할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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