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과학 패러다임] 인지 융합, 답이 아닌 질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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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진 수석 / 아메바 UXI 그룹

이번 주에도 3-4개 신규 프로젝트 검토가 온다. 그리고, 오늘도 필자는 어느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싶어할까 조금은 기대 반, 두려움 반 속에서 메일을 연다. 작년에 처음 음성 관련 프로젝트를 받고,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AI(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싶다고 의뢰가 왔을 때에는 신이 났다. 대학원 때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이제는 UX 디자이너로 일하기에 드디어 한국도 인공지능/인지 융합의 세계로 뛰어드는구나 생각하면서 많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실망이, 이제는 걱정이 앞선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AI라는 키워드는 있지만, 결국은 음성만 붙여서 아마존의 에코를 따라 잡았으면 좋겠다는 프로젝트이거나, ‘잘 모르지만’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사용자 추천 서비스를 기획하여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수단으로, 또는 기술을 적용하기 보다는 중요한 마케팅 키워드로 활용할 수 있는 안을 요청 받을 때에는 처음의 설레임보다는 이제는 당황스러움이 앞선다. 인공지능/인지 융합이 정확히 어떤 기술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블랙박스이지만, 주어진 문제의 해답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인지 융합은 근래 기술은 아니다. 이미 1970년대부터 전산 시스템과 심리학의 역사와 발전하였고, 이론으로 크게 발전하다 많은 응용 시스템들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면서 90년대에는 오히려 사양길에 접어드는 듯했다. 필자의 지도 교수님들과 선배님들도 인공지능으로 시작하였지만, ‘먹고 살기 위해’ 다른 분야로 전향한 분들이 많았다. 2005년도부터 마이크로 칩이 발전하면서 관련 메모리나 통신 기술이 같이 발전하였고, 산업계에서 서서히 활용도를 찾은 것이다. 2010년도 iPhone의 Siri는 ‘음성’으로 일반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을 친숙하게 다가가게 해 주었고, 2016년도 아마존의 에코는 ‘제어’를 강화하면서 인공지능의 영향력을 넓혀 주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우리 나라도 인공지능/인지 융합이라는 기술을 미래의 먹거리로 인식하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관심을 본격적으로 가지게 된 것이다. 즉, 인간의 뇌를 모델링하여 인지 능력, 언어 처리 능력, 의사 결정 능력, 사고력, 감정을 인간과 동등하게 또는 더 뛰어나게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막강한 도구(Tool)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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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도구를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애플의 Siri에 이어 아마존의 에코가 출시 되면서 우리는 다시 인공지능/인지 융합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음성’이라는 현상으로만 대처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 주 개최된 Macworld 2017에 애플은 얼굴 인식을 이용하여 신규 서비스 2개를 iPhone X에서 소개하였다. 그 중, 얼굴 인식을 통한 이모티콘 메시징은 ‘음성’이라는 전통적인 통신 방식에 ‘감정’을 녹일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 것이다. 즉, 사람간의 대화에서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음성’의 한계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한 것이다. 이는 얼굴 인식이라는 기술에 앞서, 인간의 소통 방식 자체를 이해한 것이다. 우리도 통신, 교육, 의료, 금융, 커머스, 자동차 분야에서 인공지능/인지 융합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계획하기에 앞서,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어떻게 느끼고, 판단하고, 인지하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기술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인간의 어떤 모습을 모델링하려고 하는지? 인지 융합과 인간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미래 인지 융합은 어떤 분야에서 더 고민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물어가는 단계가 필요하다. 결국 도구를 어떻게 써야 할지에 앞서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는 하루 종일 수 많은 프로젝트들과 실랑이 하면서도,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가 오면 다시 촉각을 세우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고민해 본다. 사실 우리 나라 에이전시들이 인공지능/인지 융합을 준비 하기란 쉽지 않다. 해당 분야 전문가도 많지 않고, 관련 데이터는 더더욱 수급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도 일정에 맞추기 위하여 왜 해야 하는지 보다는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하여 완수하기 위하여 뛰어 다닌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 앞으로만 뛰어가서 무엇을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왜 만들려고 하는지 가끔은 생각하면서 뛰고 싶다. RISD(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의 Kyna Leski 교수는 답이 아닌 질문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인공지능/인지 융합이 한시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it(잇) 상품’이 아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효진 j22nn22@gmail.com 2005년 University of Florida에서 데이터 마이닝과 영상 처리로 석사를 마치고, 엘지전자 전자 기술원에 입사하여 모바일 데이타 마이닝을 연구하였다. UX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어 MC 연구소 UX실로 이동하여 근 10년간 모바일폰 UI/UX, 장애인 접근성, 모바일/워치 표준화 정책을 만들어 나갔다. 2015년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에이전시로 이동, 현재 2년 동안 아메바에서 근무하고 있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동료들을 보며 항상 반성하면서, 하루 하루 새로운 분야를 배울 수 있도록 스스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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