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코발트 가격이 가장 비싼 때는 2008년이다. 무려 톤당 11만달러가 넘었다. 2009년 초 3만달러로 급락한 코발트 가격은 계속 떨어지면서 안정세를 찾는가 싶더니 지난해 말 다시 가격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기자동차로 인해 늘어난 리튬 이차전지 수요 때문이다.
세계 코발트 가격은 저점을 찍던 지난해 초 2만2000달러에서 급등하기 시작해 현재는 6만달러를 넘어서며 약 세 배 뛰었다. 그렇다면 지난 1년 6개월 동안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966년부터 시작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 규제 조치는 이젠 세계가 함께 동참하고 있다. 이는 과거 100년 동안 연거푸 시장 형성에 실패한 전기차가 일대 전기의 문을 여는 단초가 됐다.
2010년만 하더라도 전기차 시장은 또다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과거 실패는 배터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젠 배터리가 리튬이차전지로 바뀌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판매된 플러그하이브리드 차량은 30만대, 배터리전기차(BEV)는 61만대였다. 아직은 전체 신차 판매량의 1%에 불과하지만 2015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가 24만대, 순수전기차가 43만대이던 것과 비교하면 36%나 증가했다.
지난해에 판매된 배터리전기차 67%, 플러그하이브리드차 32%는 중국에서 판매됐다. 배터리 대부분은 중국 업체가 생산·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업체는 2014년까지 코발트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 인산철 배터리가 중심이었다. 그러다가 2015년부터 코발트를 사용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계 배터리 중심으로 시장이 바꿨다.
리튬이차전지라는 명칭에서 리튬이 주인공인 것으로 보이지만 진짜 숨은 주인공은 코발트다.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에 주로 사용되는 LCO(니켈·코발트산화물)계 배터리의 60%는 코발트다. 전기차용인 NCM계 배터리 가운데에는 코발트가 20% 사용된다. 정작 리튬은 7%밖에 안 된다. 이 가운데에서도 앞으로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 갈 BEV는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의 30~60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도 5~15배나 배터리가 필요하다. 전기차가 많이 팔릴수록 배터리 수요는 기하급수로 늘어날 것이다.
광물 대국인 중국도 코발트만큼은 콩고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날 자이레로 불리던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 코발트 매장량 49%, 코발트 생산량 54%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콩고민주공화국은 내전, 주변국보다도 못한 7%의 극히 낮은 전력보급률, 코발트 생산 20%를 점하고 있는 소규모 개인 광산에서 벌어지는 아동 노동 착취 등 코발트 생산과 관련된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이러한 수급 불안 요소와 함께 특히 중국에서 전기차용 배터리가 NCM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코발트 수요도 증가했다고 하지만 지난 1년 6개월 동안 코발트 가격이 세 배나 상승한 변화는 없었다. 과거 광물 가격 폭등 사례에서 보듯 코발트 수요 증가는 투기 세력 개입으로 인한 코발트 가격 상승일 가능성이 짙다. 과거에도 투기 여파로 희토류, 지르콘, 티타늄 등 많은 광물 가격이 급상승했다가 이후 더욱 가파른 속도로 떨어졌다. 코발트 가격 문제도 길면 3~4년, 짧게는 1~2년이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렌코어 및 ERG 등의 광산 캐파 증가로 코발트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고, NCM 배터리 기술 발달은 코발트 사용량을 20%에서 6%로 감소시킬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세계 아홉 번째로 많은 코발트 자원을 보유한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에 투자, 현재 연간 약 3300톤 생산되는 코발트의 국내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8년 만인 2014년 상업 생산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에 광물 가격의 오르내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 관점에서 광물 등 에너지 자원화의 중요성을 업계나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홍유식 INI R&C 대표 harry@inir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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