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소급감정 과세, 납세자는 왜 불안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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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섭 세무법인 온세 대표세무사.

최근 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올라왔다.

“증여세 소급감정가액 과세를 피하려면 법정결정기한이 지난 뒤 기한후신고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단순한 절세 요령을 묻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납세자들의 불안과 제도에 대한 불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답은 명확하다. 세법은 부동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평가기간이 지난 뒤라도 법정결정기한 내에 매매가액이나 소급 감정가액이 확인될 경우 이를 평가액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속세는 신고기한부터 9개월, 증여세는 6개월이 법정결정기한이다. 이 기간 동안 납세자나 과세당국의 신청과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매매가액이나 소급감정가액으로 과세할 수 있다.

문제는 일반적인 평가기간이 이미 지나간 이후에도 국세청이 소급감정을 통해 증여세를 추징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속의 경우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증여의 경우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증여일 후 3개월이 통상적인 평가기간이지만, 이 범위를 넘겨서도 감정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소급감정의 대상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겸용주택, 다가구주택, 단독주택, 나홀로 아파트, 나대지, 공장, 법인 소유 부동산까지 포함된다. 국세청 사무처리규정에 따르면 추정시가와 보충적 평가액의 차이가 5억원 이상이거나, 차이 비율이 10% 이상일 경우 소급감정이 이뤄질 수 있다.

그렇다면 법정결정기한이 지난 뒤 증여세를 신고하면 소급감정 과세를 피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의 신고불성실가산세와 연 8%를 넘는 납부지연가산세가 부과된다. 소급감정 과세를 피하자고 선택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비용이다.

납세자들은 왜 이런 질문까지 하게 된 걸까. “준비 없는 상속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강남의 빌딩을 기준시가로 상속받았다가 수백억원의 상속세를 추가로 추징당한 납세자들은 평가심의위원회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 빌딩이 지금도 그들의 소유로 남아 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연간 임대료가 6억원에 달하는 빌딩을 물려받고 상속세 70억원을 부담해야 했던 사례, 두 채의 빌딩 중 한 채를 팔아 세금을 내려 했지만 매각이 여의치 않아 대출로 연부연납을 이어가는 사례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기준시가로 과세됐다면 버틸 수 있었을 상황에서, 감정가액 과세는 자산을 처분하도록 몰아넣는다.

상속은 선택할 수 없지만, 감정평가액 기준의 증여는 다르다. 현 경제 상황에서 막대한 세금을 5년에 걸쳐 연부연납하는 것은 많은 납세자에게 현실적인 부담이다.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는 한, 빌딩을 감정평가액으로 증여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이유다.

기준시가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매기면 국가가 손해를 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덜 걷힌 세금은 결국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로 회수된다. 문제는 세금의 크기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다.

소급감정에 의한 과세 제도는 이제 재검토가 필요하다. 제도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보완해 납세자가 세 부담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정한 세금을 내면서도 재산의 이전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 그것이 지금 필요한 세제의 방향일 것이다.

양경섭 세무법인 온세 대표세무사 apluslov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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