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이 혁신의 자리를 잃고 있다. 정책은 선의를 품고 출발하지만, 현장에서는 지표가 목적이 되기 쉽다. 금융당국은 2028년까지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비중을 30%에서 35%로 높일 계획이다. 취지는 바람직하나 목표가 숫자로 고정되는 순간, 혁신에 대한 고민은 뒤로 밀린다.
현장이 숫자를 맞추는 과정에서 포용금융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 중저신용자는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고, 이는 충당금 확대로 이어진다. 충당금이 늘면 그만큼 자본이 묶이고, 추가 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비율 상향이 단기적으로는 대출 확대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여력을 낮추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중저신용자 신규 대출 규모는 유지한 채 전체 대출 취급을 줄여 목표를 맞출 수도 있다.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는 중저신용자 금융 확대와 함께 '혁신'도 중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2017년 출범 이후 금융 소비자 경험을 바꾸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대환대출은 금리 경쟁을 촉진하며 이자 부담을 낮췄고, 26주 적금과 모임통장은 금융상품을 생활 속 서비스로 바꿨다. 매일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입출금 구조,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무료 환전 서비스 등은 관행처럼 여겨졌던 은행 서비스에 질문을 던졌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상담, 자동화 업무, 개인화 금융 추천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 경쟁력을 염두에 둔 투자와 도전의 결과다. 그러나 비율 중심 규제가 강화될수록 우선순위는 달라진다. 건전성 관리와 규제 대응, 단기 손익 방어가 먼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핀테크 혁신에는 실패를 감당할 완충 자본과 시간, 규제 유연성이 필요하다. 인터넷은행은 전통 금융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금융 혁신을 실험하는 플랫폼이다. 더 많은 사람을 금융 안으로 끌어들이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자율 없는 혁신은 존재하기 어렵다.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설정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