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경제포럼]文, 新북방정책 선포...“러시아와 9개 브릿지 전략으로 동시다발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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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동북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지역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체계화하는 '신(新)북방정책 비전'을 밝혔다. 러시아가 추진하는 극동 개발에 참여 의지를 피력했다.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가 협력 활성화의 핵심 연결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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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3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신북방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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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극동지역을 포함한 북방지역과의 경제협력 의지가 확고하다”며 “신북방정책은 극동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북방정책과 신동방정책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극동”이라며 “러시아가 추진하는 극동 개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가 한국이며, 한국이 추진하는 신북방정책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처음으로 설치한 점도 강조했다. 극동개발 협력을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러시아 및 다른 동북아 국가 관련기관과 협력해 극동지역 개발을 중심으로 협력방안을 마련한다.

극동지역은 지리적으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다. 유라시아 지역과 동북아, 아·태지역을 연결하는 통로다. 석유·천연가스·철광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공항, 철도, 항만 등 인프라 개발 수요도 크다.

문 대통령은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으로 '9개 브릿지(9-Bridges)' 전략을 내놓았다. 9개 브릿지는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분야를 일컫는다. 이들 산업 분야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조선해운 협력을 양국 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지목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하는 대형 유조선을 우리나라 조선소가 러시아로 부터 수주한 것은 국제해운을 친환경해운으로 바꾸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러시아로부터 쇄빙 기능을 갖춘 LNG 운반선 15척 가운데 1척을 건조, 인도 완료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 이 배는 지난달 노르웨이에서 북극항로를 통해 한국의 충남 보령항까지, 쇄빙선 도움 없이 운항에 성공했다. 수에즈 운하와 인도양을 거치는 남방항로에 비해 운송거리·시간·비용이 3분의 1 이상 절감됐다.

문 대통령은 “자루비노항 개발과 맞물려 한국의 조선산업이 결합한다면 북극항로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여는 신 실크로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협력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라 밝혔다. 러시아의 '에너지 슈퍼링' 구상이 몽골 고비사막의 풍력, 태양광과 함께 거대한 슈퍼그리드로 결합하면 동북아시아가 세계 최대 에너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력협력을 통해 동북아 경제번영과 평화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다자안보체제까지 전망하는 큰 비전을 가지고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 경쟁력도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극동지역의 대형 산업시설과 인프라 구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농업, 물류 분야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교통 분야 사업, 폐기물과 관련한 친환경사업, 호텔 리조트 개발 등에 경험과 경쟁력을 갖춘 한국 중소기업이 극동지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극동지역을 '환태평양 시대를 주도하는 역동의 협력 플랫폼'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며 “9개의 브릿지는 미래를 향한 탄탄대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문 대통령은 보다 견고하고 영속적인 북방협력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조속히 추진되길 바란다고 재차 밝혔다.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같은 다자간 협력 강화도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하여 극동 개발을 성공시키는 일 또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인 해법”이라며 “동북아 국가들이 극동에서 경제협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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