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속 가능한 상생은 서두르면 안된다

Photo Image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이라는 큰 틀은 알겠지만 내부로 어떤 계획을 잡아야 할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곤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수준은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간 간담회 직전에 몇몇 대기업 관계자에게 물었을 때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대통령과의 만남 전에 '선물 꾸러미'를 준비하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은 빗나갔다. 일부 기업이 하반기 대규모 채용과 협력사 상생 펀드 조성 등으로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의 정부 경제 정책에 화답했지만 아직 많은 기업은 '준비 단계'에 있었다.

문재인 정부 탄생 이후 경제 개혁 기대감은 남다르다. 불공정 거래 적폐 청산, 최저임금 인상, 노사 협력을 위한 정책이 잇달아 쏟아지면서 대기업·재벌 중심 경제 구조 변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함께 잘살 수 있는 시대에 대한 기대감 뒤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속도가 문제다. 최근 정부와 여론이 기대하는 재계의 변화는 이른바 '전격전'과 같아 보인다. 공군 지원 아래 전차가 신속한 기동력으로 일시에 적진을 돌파하는 전략이다. 당장이라도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끌어내지 않으면 뭇매를 맞거나 질타의 대상이 될까 걱정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 방안을 내놓더라도 일시일 수밖에 없다. '눈 가리고 아웅'하듯 당장 직면한 문제만 해결해 볼 생각으로 상생 협력 계획을 발표한다 치자. 면죄부를 받은 듯 여론 관심이 사라지면 적폐라 부르는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대가 원하는 변화도 이런 방향은 아닐 것이다.

하반기 채용 계획 몇 명, 협력사 지원 펀드 규모 얼마 하는 한시성의 천편일률 방식보다는 '지속 가능한 상생'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별로 상황에 맞게 상생 기반을 닦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다림도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기업은 전격작전으로 무너뜨려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는 인식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