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반도체 안전설계 포함 ISO26262 제2판… 어떤 내용을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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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26262는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표준기구(ISO)가 2011년 11월 제정한 국제 표준이다. 이 표준에는 1장부터 10장까지 자동차 전장 분야의 기능안전 관리 프로세스, 전장 안전등급, 시스템·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시 안전설계, 분석, 검증 방법 등이 담겨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업체는 이 표준을 토대로 신규 완성차와 부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ISO26262 적용은 차 업계에선 사실상 의무사항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 수출이 어렵다. ISO26262는 일종의 '기술 장벽'인 셈이다.

◇신 ISO26262 제2판 내년 초 발효

ISO26262 표준은 ISO 내 도로차량분야(TC22) 전기장치(SC32) 기능안전 워킹그룹(WG8)이 관장한다. WG8에는 13개 국가에서 각 5명씩 총 65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표준안을 논의한다. 국내에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실리콘웍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서 각각 한 명씩 국가 전문가 자격으로 ISO TC22 SC32 WG8에 참여하고 있다.

2011년 첫 ISO26262가 발효된 이후 전장 부품의 핵심인 자동차 반도체 분야도 표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같은 의견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2015년부터 ISO26262 제2판에 관한 공식 논의가 시작됐다. 기존 1~10장 항목의 일부 개정과 차 반도체 안전설계 지침을 담은 11장을 추가하는 것이 ISO26262 제2판의 골자다. 지난해 위원회 단위 표준안 제정을 거쳐 공식 표준초안(DIS:Draft International Standard)이 나왔다. 현재 이를 바탕으로 최종표준초안(FDIS: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항목을 논의 중이다. 이달 17일 독일에서 마지막 표준화 회의를 거친 뒤 FDIS가 확정되면 연말 혹은 내년 초 각국 표준기관의 찬반 투표 과정을 거쳐 정식 발효된다.

초미의 관심사는 차량 반도체 안전설계 지침을 담은 11장이다.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 형태로 제정되지만 고객사가 원하면 사실상 의무사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NXP, 인피니언, 르네사스, 인텔, 퀄컴,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온세미컨덕터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는 표준화 논의 과정부터 문서 작성까지 동참하며 표준 동향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고 경쟁사가 표준을 준수한다면 이를 충족하지 못한 업체는 도태되고, 신규 시장 진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반도체 안전설계 가이드라인에 담긴 내용은

ISO26262 11장 반도체 안전설계 가이드라인에 적용되는 품목은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 시스템온칩(SoC) 등 디지털 반도체와 각종 아날로그 칩, 센서 등 자동차에 탑재되는 모든 반도체가 대상이다.

가이드라인의 큰 줄기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 즉 고장률을 예측하는 것이다. 반도체도 동작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다. 동작 온도가 허용 한계치를 넘거나, 노이즈 등 외부 요인이 있거나, 칩 면적이 늘어날수록(스위칭 게이트 숫자가 많을수록) 오류 발생률은 올라간다.

이를 정량적으로 계산해 내가 설계한 반도체가 고장 날 확률을 정의해야 한다. 만에 하나 고장이 났을 때 이를 재빠르게 확인하고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특수 설계 블록도 넣어야 한다. 결국 고장률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정보를 토대로 삼으면 칩 단위로도 차량 안전 등급(ASIL)을 매길 수 있다. ASIL은 최저 A부터 최고 D까지 4개 등급으로 나뉜다. 세계 완성차 업체는 ISO26262 발효 이후 주요 부품 협력사에 ASIL 등급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각국 반도체 전문가 일부는 표준 제정 과정에서 고장이 났을 때 이를 자체 복구하는 방법도 표준에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쉽지 않다'는 의견에 밀려 가이드라인에선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이나 일본 르네사스는 벌써부터 ISO26262 제2판에 대응하는 차량 제어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내놓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빨리 새로운 표준을 학습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