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2주년 AI 강국 도약방안 좌담회]“AI 기술 자체보다 수익성·BM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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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창간 42주년 'AI 강국 도약방안 좌담회'가 6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좌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호천 전자신문 AI데이터부 부장,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 이혁재 서울대 교수,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총괄, 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전 세계, 전 산업에 걸쳐 인공지능(AI)은 필수 불가결한 미래 성장의 핵심 요소로 거론된다. 생성형 AI 기반의 챗GPT가 촉발한 AI 열풍은 'AI를 내재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전 산업에 심어줬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AI 열풍이 뜨겁지만 정말 AI가 미래 생존의 해답이냐에 대한 비판도 있다. 수조 원을 들여 만든 생성형AI가 인간의 핵심 업무가 아닌 주변 업무를 단순 지원하는 용도에 아직 머무는 것도 현실이다.

동시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AI 기술력을 갖추고 AI를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의견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대중적인 생성형 AI 서비스보다 산업별 전문 지식에 특화한 AI를 개발·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AI를 어떻게 비즈니스에 활용할지 고민이 크다.

전자신문은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IT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AI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AI 기술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이를 기업 경쟁력과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제품이 나오면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참가자(가나다순)]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AI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

△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사회=안호천 전자신문 AI데이터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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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창간 42주년 'AI 강국 도약방안 좌담회'가 6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이혁재 서울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사회=최근 AI로 정말 돈을 벌 수 있냐는 'AI 회의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AI 구현에 필요한 반도체나 인프라를 제외하면 사실상 AI 관련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사례가 얼마나 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로 보인다. 세계 시장을 달군 AI 회의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

◇이혁재(서울대 교수, AI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예전 인터넷 처음 사용할 때 '인터넷 버블'이 제기됐다. 과잉 투자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지금은 누구나 인터넷을 활발하게 사용한다. AI도 대세가 된 기술이다. AI 버블은 인터넷 버블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앞으로 AI가 인터넷처럼 널리 사용될 것이다. 수익 모델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는 일상에서 사용되면 거기서 우리가 충분히 수익 모델을 창출해 나갈 수 있다. AI 버블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윤성호(마키나락스 대표)=회의론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AI 폭풍론'을 고민해야 한다. 폭풍론이란 것은 지금 AI가 엄청난 파급 효과를 만들어 내는 변곡점에 와 있는데 거기에 이제 회의론이라는 걸로 투자가 위축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회의론은 실제로 있기는 했다. 빅테크가 올 상반기에만 144조원을 투자하다 보니 그랬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이런 질문을 했다. 과투자가 위험한지, 적게 투자하는 게 위험한 것인지. 그 답은 적게 투자하는 게 훨씬 위험하다. AI가 기업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AI는 주변 업무를 단순히 지원하는 게 아니다. 수많은 제조 기업을 봐왔고 효용성을 갖는 것을 봐왔다. 수많은 제조기업이 AI를 적용하면서 많은 혁신을 하고 있다. 회의론은 말도 안 된다. 지금 시점을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변화의 속도를 보자. 로보틱스 기술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컴퓨팅의 빠른 발전이 있긴 하다. AI 변화 속도를 함께 보면 회의론이 아니라 폭풍론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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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창간 42주년 'AI 강국 도약방안 좌담회'가 6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한지형(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너무 많은 돈이 투입됐고, 실제로 과연 돈 버는 회사가 얼마나 있느냐고 보면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당장 1~2년 이내에 투자금으로 성과를 내고 실적을 내야 후속 투자가 이뤄지는 환경이다. 그렇게 많이 투자해서 과연 돈을 번 회사가 있느냐고 하면 아직은 크게 없는 것 같다. 자율주행차 입장에서 보면 AI 기술을 많이 논의하는데 사실 현실적인 구현은 잘 안된다. 자동차는 탭 라인이라고 해서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지금도 챗GPT를 써보면 오류가 꽤 많이 나와서 아직 차에 적용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 AI자체 기술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파생하고 적용하는지 하는 적용 기술도 중요하다. AI를 반도체라고 하면 어디든 들어가도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지듯, AI도 파생 기술 적용해서 돈 버는 방법 찾아야 한다.

◇최지희(시스코코리아 대표)=보통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 기술이 무엇인지에 굉장히 열광한다. 그 열광의 시기가 지금 지난 것 같다. 그다음 단계는 이걸 어떻게 써서 사업을 만들고 생태계를 만들고 수익이 될 거냐의 스테이지에 꼭 도달한다. 지금 그 단계에 와 있다. 통상 IT가 들어와서 돈이 되고 수익이 되려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보다 기업 간 거래(B2B)나 기업 간·소비자 간 거래(B2B2C)가 활발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AI 투자를 계속 하고 조금 더 매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하는 업의 케이스, 활용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장이 크지 않다 보니 B2B나 B2B2C 같은 경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도 봐야 한다. 시장 생태계 만들려면 전체적으로 노력을 해야 수익모델이 만들어지면서 계속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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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창간 42주년 'AI 강국 도약방안 좌담회'가 6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성낙호(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시장이 너무 많이 열광했기 때문에 그 속도나 기대감이 생각보다 좀 낮아지고 있다. 최근의 AI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AI 성능 개선과 비용 절감이 동시에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AI 기술 운영 비용의 지속적인 절감 추세가 예상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제품 시장 선점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다.

◇사회=지난 5월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다. 영국 토터스인텔리전스가 발표한 2023년도 글로벌 AI 지수 조사에서 한국이 6위(40.3점)로 나왔다. 이 조사는 인재, 인프라, 운영환경, 연구 수준, 특허, 정책, 민간투자 등을 총합해 산출했다. 한국이 특히 인재, 연구수준, 민간투자 부문 점수가 낮았다. 이 중 민간투자는 8.3점으로 상위 10개국 중 가장 낮았고, 세계 18위 수준에 그쳤다. 이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이런 문제 원인이 무엇이라고 진단하는지.

◇성낙호=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 크기를 생각해 보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투자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을 더 넓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반대로 투자가 다소 늦더라도 결과적으로 동일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 하에, 일정 수준의 자국 기술 보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응용 쪽에 투자하는 건 당연히 필요하고 펀드멘털 쪽에는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면 파운데이션 모델이 나오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이든 자율주행 선박 파운데이션 모델이든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런 얘기들은 나오지 않는다. 보통 파운데이션 모델 코어 같은 것들을 연구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최근 연구 트렌드를 보면 거기에 투자하는 것들은 가성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중요한 건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얘기를 너무 안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파운데이션 모델에 친화적인 데이터를 만드는 데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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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창간 42주년 'AI 강국 도약방안 좌담회'가 6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최지희=글로벌 측면에서 미국 회사들은 우리를 포함해서 AI 펀드를 투자할 투자처를 찾고 있다. 1~2년 펀딩을 시작해서 보니까, 유럽이나 이스라엘 회사에 투자를 많이 했다. 한국에 투자하려고 투자팀이 와서 회사를 진단한다. 투자팀은 국내 회사들이 수익성보다는 기술 위주로 집중하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해외 투자자가 올 때는 사업성이나 수익성, 이 기술이 어디에 쓰일 것이냐 그런 부분에 집중이 돼 있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준비돼 있으면 해외 투자가 유치되고 민간 투자가 잘 유치된다. AI를 계기로 국내 규제가 좀 완화되면서 유연성이 생기고,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며 사업을 성장시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투자가 많이 들어온다. 우리나라 역량도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한지형=국내 투자환경은 초기 기업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 투자가 되는 상황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데 여러 곳에 나눠서 주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좀비기업도 나오고 키워져야 할 기업은 선택을 못 받는다. 투자 조건 자체도 국내와 해외가 다르다. 옵션 같은 것도 다르게 설정된다. 국내는 기술특례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는데, 매출을 내놓으라 한다. 그럼 기술특례 의미가 없다. 상장 앞두고는 매출을 올리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 그렇다 보니 악순환에 빠진다. 오픈AI 같은 곳들은 매우 큰 투자를 받으며 사업을 이어가는데 우리나라는 3년 연속 적자, 5년 연속 적자 나면 후속 투자 받기가 어려워진다. 정부 과제도 받기 힘들어진다. 전반적 투자 환경 자체가 달라져야 신기술을 갖고 글로벌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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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창간 42주년 'AI 강국 도약방안 좌담회'가 6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윤성호=절대적 투자가 부족한 것은 현실이다. 국내 AI 기업이 투자받는 걸 생각해보면 수백억 투자 받으면 매우 많은 투자라 생각한다. 반면 미국 AI 기업들은 수천억 단위의 투자를 받는다. 200억원 받은 회사랑 2000억원 받은 회사 중 누가 시장을 먼저 선점하고 안착하겠느냐. 이건 10배 또는 그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VC 투자 관점에서 봤을 때 투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그런데 VC들은 투자할 만한 회사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린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이 더욱 빨리 성장하려면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VC들이 단순 투자만 하는게 아니라 투자한 기업이 글로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엑셀러레이터 하는 활동도 필요하다.

◇이혁재=투자는 사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회사들은 당장 회수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투자를 많이 한다. AI가 대세가 되고 몇 년 후 엑시트를 하겠다는 식이다. 국내 AI 반도체 같은 경우도 투자를 몇백억씩 받는데 그것도 미국에 비하면 자릿수 하나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게 받아서 경쟁할 수 있을까 걱정은 되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가성비를 생각하며 투자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AI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근간이 되는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잘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정책'이 필수일 것 같다. 앞에 질문한 민간투자 부족 문제와도 일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현재 한국의 데이터 접근성이나 활용도는 어떤지, 데이터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최지희=기업이 AI 기술 도약을 적극 활용하고 성과를 거두려면 알맞은 데이터를 대규모로, 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중에서도 AI 기술이 집약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AI 인프라가 중요하다.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가 전체 산업에 변화를 만들어 내는 가운데 많은 기업이 AI 시장 선점을 위해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LLM에 필수적인 고성능 GPU 클러스터 인프라 즉, AI 인프라 근간은 GPU,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핵심인 GPU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여러 GPU를 연결하는 네트워킹 기술이다. 이 때문에 AI 시대에서 네트워킹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윤성호=한국은 디지털화가 잘 돼 있는 편에 속한다. AI의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 데이터는 물론 매우 복잡한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은 AI 시스템에서 단 5%에 불과하다.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려면 데이터의 수집 및 가공, 서빙 인프라, 자원 관리, 운영 자동화 등 나머지 95%에 해당하는 광범위한 기능을 유기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기술을 기업 내부에 내재화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매우 비효율적인 접근이다. 제조 기업이 공장 자동화 솔루션이나 MS 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내재화된 기술은 필연적으로 경직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신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이를 기존 시스템에 적용하고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결국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에 먼저 집중하며, 자신들이 내재화해야 할 기술 수준을 정의하고, 그 외의 것들은 AI를 잘하는 적합한 기업을 발굴해 빠르게 AI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2023년 기준으로 한국이 AI 특허 수가 미국·중국 다음으로 많다. 초거대 AI 관련 특허는 삼성이 세계 1위로 IBM(2위), 구글(3위)보다 앞선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LG AI연구원의 '엑사원 3.0', 삼성전자의 '가우스' 등 우리 기업이 자체 개발한 AI 파운데이션 모델들도 있다. AI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보급하는 기업 현장에서 봤을 때 AI 연구와 상용화가 유기적으로 잘 연계되고 있다고 보는지. 연구와 상용화 간 간극이 있다면 산업계와 학계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야 할지 말해달라.

◇이혁재=챗GPT 같은 모델이 어느 정도는 기술적으로 성숙한 단계에 도달한 게 아닌가 싶다. 고난도 기술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많은 회사가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상당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제 이것을 확산해야 하는 데 개별 기업의 힘으론 부족하다. 네이버에서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이 있으면 이걸 많은 중소기업, 연구소나 학교가 이걸 기반으로 해서 뭔가 새로운 응용 AI를 개발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개별 기업 힘으론 부족하고 정부에서 지원해줘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AI 주권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데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최지희=AI가 뜨면서 수익을 많이 낸 곳은 엔비디아 같은 하드웨어 업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도 반도체 칩을 개발한다든지, 관련된 인프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앞으로 잠재력이 높다고 본다. 일본은 정부가 주도해서 디지털 정책을 만들어서 학계에서 테스트, 검증도 하고 비즈니스 연결도 해주고 관심 있게 진행하는 것 같다.

◇윤성호=연구와 상용화를 꼭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나 반문하고 싶다. 연구는 연구 자체로도 의미가 있으며, 의미 있는 연구라면 언젠가는 상용화될 거라 본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제가 박사과정에 연구를 진행하던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 연구소에서는 상용화를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인터넷의 시초가 되는 기술이 나왔다. 분산 컴퓨팅, 터치 패드 등 상용화 기술의 시초가 됐다. 다만 그 기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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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창간 42주년 'AI 강국 도약방안 좌담회'가 6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안호천 전자신문 AI데이터부 부장이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사회=AI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상대적으로 AI를 비즈니스 현업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고민도 클 것이다. 각 산업 분야별 특화된 AI를 구축하려면 중소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특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현실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중소기업이 AI에 활용할 전문성 있는 데이터를 잘 구축하고, AI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윤성호=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더 ROI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의 규모도 적고, ROI를 기대하는 시간도 더 짧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산업별 데이터 표준을 수립하고, 중소기업이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제공하는 등 데이터 구축 단계부터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잘 운영되는 데이터 바우처, AI 바우처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앞서 말한 생산 계획 준수율을 16%에서 85%로 끌어올린 중견 기업 사례는 우리회사가 AI 바우처를 통해 이뤄낸 성과다. AI 바우처의 경우 공급기업(기술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성과로 인식되고, 중소·중견 규모의 수요기업 입장에서는 연구 및 인재 채용에 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윈윈 방식이다. 산업별로 AI 활용 성공 사례를 수집·발간해 경험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도 쉽게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 모델과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지형=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안 되는 이유 중 큰 것은 사고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사고 데이터를 모아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실상 많은 사고가 발생해야 한다. 자율주행 패권은 미·중 가운데 누가 쥘 것이냐 하고 따라가는데 중국이 압도적이다. 중국은 2~3개 도시에서 자율주행을 시행하는데, 사고가 수십명이 나고 접촉 사고가 나도 기술개발이 우선이라고 하면서 정책을 추진한다. 반면 미국은 사망 사고가 한 건이라도 나면 자율주행을 안 한다. 우리 역시도 자율주행차 운영하는데 한 두번 사고가 나면 그때마다 간단한 접촉 사고도 신고해야 한다. 알고리즘에 의한 사고도 사고조사 위원회를 열어 한 달간 운행 중지를 해야 한다. 미국은 더 심하다. 정책적으로 바뀔 수 있는 건 아니다. 시민 안전 중요한 문제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차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사고는 난다. 정책보다는 사회적 수용성이 뒤따라와야 하지 않나 싶다. 사고 직전 직후 데이터가 없어서 답답하다. 시뮬레이션으로 된다고 하는데 시뮬레이션과 현실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중국이 치고 나가고 있고 엄청난 사고 데이터 모으고 있는데 우리는 이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많다.

◇성낙호=맞는 말이다. AI에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걸 학습시키게 하려면 많이 보여줘야 한다. AI가 보지 않고선 그게 폭력인지 모른다. 사고도 많이 봐야 한다. AI가 어떤 것이 선정적이라는 것을 알면 안 만든다. 사고 나기 전에 사고 났을 때 블랙박스 데이터 모으면 그걸 쓸 수 있다. 수용성 개선하자는 것은 굉장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사고 데이터 모으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최지희= 중소기업은 AI를 도입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DX를 해서 사업을 성장시키는 게 목표 아니냐. 그러면 디지털 어젠다를 찾아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사회=전문 인재를 양성하는데 현재의 교육 프로그램에 문제는 없는지. 어떤 점을 더 개선·보완해야 한다고 보는지. 글로벌 인재 유치 방안은.

◇이혁재=AI학과 정원 늘리는 게 좋은데 현실은 쉽지 않다. 대학생들 AI 공부 많이 하고 싶어 한다. 우리 과도 과목 개설하는데 수강 신청할 때 전쟁 수준이다. 전공 아닌 학생들도 개별적으로 듣게 해달라 요청하는데 AI 전공 교수가 충원되면 해결되는 문제다. 교원 부족으로 충분한 교육 기회 제공 못하는게 현실이다. 교원을 충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지형=교수 채용 수를 늘리는 건 당연하고 교수 급여도 올려야 한다. 교수급 되는 인력들 스타트업 가면 2억원 이상 받고, 해외 가면 10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데 누가 교수를 하려고 하겠느냐. 우수 인력 채용을 하려면 사회의 경직성을 깨고, 20억원 연봉 주고 교수로 데리고 올 수 있어야 한다.

◇최지희=커리큘럼 확대해서 비즈니스 케이스하고 연동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인재 양성하길 바란다. 보안 기술과 관련해서도 각각 AI가 들어가는 게 네트워크 기술을 이해 못 하면 할 수가 없다. 두 가지를 다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인재고, 도메인과 AI를 이해하는 기술자를 원한다.

◇성낙호=업계는 그런 인재 원하는데 학교는 못 길러낸다. 스탠퍼드 대학교는 하는 것 같다. 비즈니스모델과 UX를 다 이해하는 학풍이 있는 것 같다. 교수들이 직접 사업을 해봐야 사실 그렇게 가르칠 수 있다. AI 안다고 해도 BM, DX, 시장성 분석 장표 하나 못 쓴다. 그러면 회사에 도움이 안 된다. 가방끈 길다고 안 뽑는다. 톱티어 학회 제출했다고 뽑지도 않는다. 연결되는 기술을 가진 인력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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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창간 42주년 'AI 강국 도약방안 좌담회'가 6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안호천 전자신문 AI데이터부 부장이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사회=대한민국이 미래 AI 연구에서 우선 집중하고 투자를 집중해야 할 분야는 무엇인가. 자율주행, 의료, 자연어 처리 등을 실행하기 위해 산업계에서 정부에 바라는 가장 시급한 지원 우선순위는.

◇한지형=자율주행이라 생각한다. 산업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 차지하고 있다. 자율주행 상용화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원천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기 때문에 응용을 어떻게 대응하고 확보할 것이냐의 싸움이다. 정부에 바라는 것은 지난 10년 동안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협력해서 상용화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정말 상용화하려고 보니까 이 외에도 환경부, 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등 너무 많은 부처의 지원이 필요하다. 부처 간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모빌리티 총괄 부서가 만들어지면서 최소 총리급 이상의 조직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윤성호=제조 산업 특화영역에 AI가 집중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는 산업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AI 연구 분야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투자해야 한다. AI 역량을 키운다는 것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은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이고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을 수십 개, 수백 개 키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빠르게 발전하고 변하는 기술인만큼 더 파괴적인 혁신과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는 헥토콘 기업 서너개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성낙호=AI는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다. 데이터와 자본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거기서 벌써 패배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한국은 인터넷 시기에 싸이월드를 가장 먼저 만들었던 나라다. 전략적 의사결정만 잘한다면 한 두 번 굉장히 치고 나갈 기회가 생길 것이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