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우리는 새 대통령을 맞았다. 예전 같으면 당선 확정 뒤 3개월 가까이 당선인 신분을 거쳐 취임식을 갖고 대통령직에 오르지만 이번엔 다르다. 당선증을 받는 즉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행정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 대외 정상의 역할로 곧장 들어간다. 헌정 사장 첫 '선출 동시 대통령'이다. 박수조차 길게 받고 있을 여유가 없다. 승리에 취할 시간은 더욱더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위중하고 심각하다. 우리 내부로는 민간인 국정 농단으로 야기된 대통령 탄핵과 그에 따른 국론 분열 및 대립이 극으로 치달았다. 국정 전반이 6개월 이상 올 스톱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다시 일으켜서 제대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급한 대통령 책무다.
대외로는 더 복잡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 행정부가 가해 오는 무역 외 압박이 날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촉발된 중국의 냉담은 20년 이상 굳혀 온 한·중 관계의 토대까지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킴과 동시에 주변국 외교까지 전 분야를 꼬이게 만드는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일본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위안부 협상 등 매듭지어야 할 난제가 많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장기 문제이자 전략 문제다.
산업·경제적으로 우리는 위기의 한복판에 섰다. 수출과 기업 수익률 등 최근 지표가 다소 호전되는 것 같이 보여도 기저엔 여전히 불안정한 요소가 훨씬 많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대비와 준비에서 우리나라는 산업화 이전 시간 30년이나 50년보다도 훨씬 긴 반년을 허비했다. 명확한 국정 방향도 없이 구호만 요란한 채 방황한 것이나 다름없다.
독일,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마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를 새로 세우는데 모든 국력을 모았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정치 행위지만 새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제는 4차 산업혁명 대응에 한시조차 허비해선 안 된다. 앞으로 5년이 4차 산업혁명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SW) 식으로 사고하고, 분석하고, 성과를 전파하는 진정한 SW 중심 국가가 만들어져야 한다. 세계에서 빅데이터를 가장 왕성하게 만들어 내는 국가 가운데 하나인 우리나라는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법으로 꽁꽁 묶여 있다. 빅데이터는 인공지능(AI)과 지능형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돌아가게 하는 원료이자 쌀알이다. 데이터 분석·활용을 틀어막아 놓고 4차 산업혁명을 하겠다는 것은 정치 허세다.
벤처·창업을 국가 가치로 다시 부흥시켜야 한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모든 후보가 대기업 위주 및 고착화된 경제 질서로는 더 이상 전진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한 바 있다. 지금까지 성장해 온 과정과는 전혀 다른 국면이 펼쳐진다. 일자리, 양극화, 성장 동력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법으론 벤처·창업 육성이 사실상 유일한 답이다. 새 대통령이 이런 변화의 흐름을 먼저 잡고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과학기술은 지금까지 전혀 다른 변수 없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 온 주력 무기다. 최근 두 차례 정부에서 과학기술이 그저 뿌리라며, 기초라며 홀대 받은 것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없었다면 존립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새 대통령이 시작하는 정부는 과학기술이 당면 정책과 어젠다에 접목되도록 길을 트고 문을 열어야 한다. 과학기술에 기초한 4차 산업혁명 대응, 과학기술을 활용한 창업과 벤처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분명히 정치 과잉이다. 뭐든 정치관으로 해석하고 풀려고 한다. 이제 대통령부터라도 이성과 냉철함을 겸비했으면 좋겠다. 과학기술에 정통하고, 그렇지 못하면 주변 전문가의 이야기라도 잘 경청하고 듣길 바란다. 그래야 4차 산업혁명이란 전혀 경험하지 못한 격변을 무난히 넘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운 융성의 새 출발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