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미래 학자들은 여성인력의 활용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며, 그 중에서 이공계 여성 인력들은 지금 세계를 뒤흔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공계 여성들은 그 수가 많지도 않고 결혼과 육아 이유로 일을 그만두면서 경력단절이 되고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사회변화로 재취업도 쉽지 않다. 결국 개인과 국가적으로 크나큰 손실이 발생하고 이로인해 국가 경쟁력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여성들이 겪는 사회 문제가 해결될 때 국가경쟁력 강화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그러려면 국가적인 지원과 사회 전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다행히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활동이 점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중 과학기술을 통해 꿈을 이루려는 여성을 육성•지원하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소장 한화진, WISET 이하 위셋)의 행보가 남다르다. 미래 한국의 경쟁력이 될 이공계 여성의 꿈과 희망을 키우기 위해 지난 해 4월 부임한 이래 행복한 여성 과학 기술인들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한화진 소장을 만나봤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는 어떤 곳인가?
한마디로 말한다면 한국 여성 과학기술인의 꿈과 희망을 펼치도록 지원해 국가경쟁력 기반을 다지는 곳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위셋은 2002년에 제정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여성과학기술인재 육성 및 활용 종합 지원 기관으로 설립돼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에 맞춰 육성과 활용, 정책적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을 위해 중ㆍ고등학교, 대학교 여학생들이 과학자의 꿈을 펼치도록 다양한 이공계 전공 체험과 온․오프라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여학생 배출 비율이 20% 수준으로(타 분야에 비해) 낮은 공학 분야 여학생의 전공 능력 강화를 위해 연구프로젝트 지원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여학생이 과학기술분야로 진출한 이후에도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재)취업 교육을 통해 일자리 연계와 결혼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들이 R&D 현장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조직에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재직자를 위한 역량강화 및 리더십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여성과학기술인 채용목표제, 담당관제 등의 법․제도 운영 지원을 돕고 여성과학기술인 친화적인 기관혁신사업, 여성과학기술인력 현황 통계의 실태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위셋 소장으로서 1년의 소회를 말한다면?
지난 일년간 여성 과학 기술인들의 생애 주기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원해야 할 분야와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고 지원에 한계가 있어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위셋의 지원 프로그램들은 모두 훌륭하며 향후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인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미래가 밝다고 본다. 그런데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업 자체를 잘 모르고 있어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자가 많을 수록 지원의 범위도 확대될 수 있어 더 많은 여성 과학 기술인들의 지원을 기대한다.
보람을 느꼈던 부분이 있다면 여성 과학 기술인들의 지원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여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과학기술인 지원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았다. 이는 우리나라 과학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여성 과학 기술인들의 경력단절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장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과 지원 사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2017년 들어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여성과학기술인 종합지원기관으로써 더욱 큰 책임감을 갖는다. 앞으로 소통을 강화하여 더 나은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 한국 이공계 여성들이 처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여성과학기술인은 이공계 학과 진학 및 진로 개척(중•고•대), 과학기술 분야 취업(사회 진입 초기), 경력단절 및 복귀(30~40대), 조직 내 경력 성장(40~50대 이상)의 삶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15년 여성 과학기술 인력활용 실태조사 보고서(미래부, WISET)에 따르면, 이공계 대학 입학생 중 여성 비율은 28.4%에 불과하다. 또 학사과정 재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자연계열(51.3%)과 공학계열(22.0%)로 전공별 격차가 크다. 이런 이유로 진학∙진로 시기에 이공계 진학을 돕는 이공계 여성 특화 멘토링, 다양한 전공체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특히 공학분야 여학생의 전공능력과 리더십 강화를 위해 연구프로젝트와 공학연구팀제 사업참여 체험도 필요하다.
한편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중 재직 여성 비율은 19.4% 수준에 불과하고 비정규직 비율은 남성의 2배 이상 된다. 비정규직 박사급 여성의 경우 소속 기관에서 비용 지원을 못 받아 학회 참여가 힘들고, 학술 발표 기회가 적어 연구 네트워크 구축도 어렵고 결국 연구 경력 단절 위기에 빠지기 쉽다. 우리나라 이공계 출신 기혼 여성 중 30만 3천명이 경력단절 여성이고 그 중 전문학사가 12만 3천명, 학사가 16만 4천명, 석박사가 1만 7천에 달한다. 또한 경력단절의 시기가 한창 일할 시기인 30,40대가 주를 이루고 있어 이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볼 때 인력 손실이 크다.
게다가 경력단절 이후 빠르게 변화는 과학기술 분야 특성 때문에 적응에 두려워 이전 업무 복귀이후의 자신감도 높지 않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국가에서 여성의 생애 주기별로 단계마다 필요한 육성책과 교육 그리고 일자리 연계 등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이공계 여성인력의 육성과 활용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
위셋의 주요 사업과 성과는 무엇인가?
위셋은 여성 과학 기술인을 크게 육성, 활용, 정책제도라는 세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해 4월부터는 활용에 해당하는 '일자리'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일자리는 시대적인 요구사항이다.
위셋은 2012년부터, 결혼과 함께 임신, 출산, 육아로 경력 단절된 이공계 여성과학기술인들이 R&D 현장으로 복귀하여 연구기관의 연구개발과제에 직접 참여하도록 지원해왔다. 이 사업을 통해 약 160여명의 경력단절 여성연구원들이 60여개 산∙학∙연 기관으로 복귀했다. 이들 중에는 대학교수로, 대기업으로 이직, 정부출연연구원의 정규직 선임연구원이 된 사람도 있다. 이처럼 감춰져 있는 우수한 역량을 가진 경력단절 여성연구원들의 사회 진출을 위해 올해는 75명을 추가 지원하는 등 매년 확대하고 있다.
이 지원사업을 통해 여성 과학 기술인들은 4년여간 SCI 논문 117건, 특허출원 47건에 달하고 복귀한 인력들 중 70% 이상이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고용을 유지하고 있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위셋은 예비복귀자 DB 발굴, 복귀 후 원활한 적응을 돕는 교육과 상담, 경력복귀 인력 우수 활용기관 시상 등 사업 효과를 높이기 위한 사전/사후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의 참여도 높아지고 있어 지난해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진여성연구원 산업현장진출지원사업’, 여성가족부의 ‘서울과학기술새로일하기센터’ 사업을 통해 다자간 일자리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품질관리 전문인력양성과정 등 이공계 특화된 (재)취업 교육과정을 통해 수강생의 90% 이상이 제약분야로 취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해 수강생 24명 중 22명이 제약회사에 품질관리 및 품질보증 직무로 취업했다.
위셋의 향후 계획은?
2014년 부터 18년까지 3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의 슬로건은 ‘여성과 남성, 즉 양성(兩性)이 함께 이끄는 과학기술과 창조경제'이다. 위셋은 여성 과학 기술인이 사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생애주기 맞춤형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대적 변화에 대비할 것이다.
우선 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복귀 일자리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인재육성사업을 개편하여 지역산업 수요 기반 우수 여성인재를 양성할 것이다. 지역의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여성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여대생 진출 유망분야 개발, 미래 사회적 이슈 및 산업 수요를 고려한 수요 대응형 인력 양성•활용, 지역 수요를 반영한 지역특화사업 설계 등을 추진하여 지역의 여성인재 역량 강화 및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 방침이다.
또한 여성과학기술인 담당관제, 채용목표제, 여성과학기술인 친화적 기관혁신지원사업을 확대•운영하여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법•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해 나갈 것이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과학기술 일자리 정책포럼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대비 일자리 발굴 및 인재양성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2019-2023년) 수립에 대비하여 시대적 변화를 주도하는 이슈 발굴에 중심을 둘 것이다.
여성과학기술인들에게 자기 계발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시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의미보다는 현재의 과학기술은 하나의 정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융‧복합인 사고가 필요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키아, 코닥, 모토로라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데는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과거에 자신들이 성공해 온 방식을 열심히 답습하는 활동적 타성(active inertia)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과학도나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여성들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열려진 사고를 통해 한 시대를 이끌어 나갈 핵심 인력으로 우뚝 설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 먼저 고민해본 선배들을 찾아 많이 얘기 나눠보길 권한다. 위셋도 여성 과학기술인과 함께 발전하는 길에 기꺼이 동행하겠다.
오늘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로 그간 여성들의 권위는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불평등은 해결되지 못하고 여성들은 사회의 곳곳에서 약자로 남아있다. 이러한 때 과학자를 꿈꾸는 여학생과 여성 과학 기술인에게는 꿈을, 미취업∙경력단절 여성에게는 일자리를, 연구지원이 필요한 비정규직 여성 전문인에게는 국내•외 연구네트워크를 마련해 주고, 정책 소통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는 위셋은 이공계 여성들의 든든한 울타리이다. 위셋의 성과로 4차 산업 혁명의 한창 시기에 우뚝 설 국가 경쟁력을 기대해본다.
이향선기자 hyangseon.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