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커머스, 한 자릿수대 채널 진입...홈쇼핑과 정면 충돌

데이터 기반 TV 쇼핑인 T커머스가 유료방송 채널 한 자릿수대로 진입한다. 시청자가 접근하기 쉬운 채널에서 매출 확대와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홈쇼핑과 인기 채널 번호를 놓고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출수수료(콘텐츠사업자가 플랫폼 사업자에 지불하는 대금) 인상도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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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사업자 CJ헬로비전은 최근 정기 채널 개편을 단행하고 B쇼핑을 디지털 방송 3번에 편성했다. T커머스 사업자가 유료방송에서 10번 이내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헬로비전이 20번 이내 채널에 편성한 T커머스는 B쇼핑이 유일하다. 지상파와 인기 종편 사이에 자리를 잡은 7개 홈쇼핑 사업자와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복수의 T커머스 사업자들도 인기 채널 번호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0번대를 벗어난 채널에 포진한 T커머스 사업자들은 채널 번호를 앞당기는데 공을 들인다. W쇼핑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에서 20번대 진입을 시도한다. 신세계TV쇼핑은 현재 각 유료방송 플랫폼과 20~30번대인 채널 번호를 대폭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쇼핑앤티는 현재 티브로드와 22번으로 송출되는 채널 번호를 10번 이내로 변경하는 내용을 협상하고 있다.

통상 유료방송 플랫폼은 채널 등급을 S, A, B, C로 구분한다. S는 지상파 채널 사이, A는 20번 이내 종편 등 인기 채널 사이다. B는 인기 채널 사이를 제외한 20번 이내 번호, C는 이외 채널이다. 그동안 C급 채널에 포진한 T커머스 사업자가 앞 번호로 나오는 상황이다. 홈쇼핑처럼 지상파나 인기 종편 사이에 자리를 잡아 재핑(채널 전환)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T커머스는 홈쇼핑과의 치열한 채널 확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방송 특성상 한 사업자가 특정 채널 번호를 차지하면 기존 사업자는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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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T커머스 선두 주자인 K쇼핑(KTH)이 매출 확대 안정화에 성공하면서 다른 T커머스가 투자 확대에 나선 상황으로 진단한다. K쇼핑은 지난해 취급 규모 2500억원을 돌파했다.

기존의 홈쇼핑에다 T커머스까지 채널 번호 경쟁에 뛰어들면서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가 크게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금채널 확보를 위해 경쟁사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리를 잡기 시작한 송출수수료의 현실화 기조가 무너지면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T커머스 사업자들은 20번 이내 채널에 진입하기 위해 기존보다 최대 두 배 이상의 송출 수수료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T커머스 사업자가 유료방송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500억원 수준이다. 전년 203억원의 2배 이상이다. 올해는 최소 700억원에서 8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T커머스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T커머스 취급 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TV 기반 쇼핑 사업자가 늘면서 송출수수료 부담은 커지고 매출은 정체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적정 송출 수수료 기준 마련을 포함해 홈쇼핑과 T커머스가 경쟁 합리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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