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고공행진에 파운드리분야도 성장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SK하이닉스 영업익 추이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한국반도체 소자 산업이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30조원 고지에 도전한다. 메모리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다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괄목 성장 가능성이 엿보인다. 영업이익 30조원은 2015년 초호황기에 달성한 18조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유례없는 반도체 슈퍼 호황 예고다.
18일 증권가와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영업이익 21조~22조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도 연간 영업이익이 7조원을 넘어 8조원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해 대비 삼성전자는 60% 이상, SK하이닉스는 100% 이상 이익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두 회사 모두 사상 최고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더해 동부하이텍과 중소규모 팹리스 업체 이익을 더하면 30조원의 이익을 달성할 것이라고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관측했다.
이익 수준이 확대되는 가장 큰 요인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다.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중반기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DDR3 4기가비트(Gb) 제품 가격이 1.94달러로, 6월(1.25달러) 대비 55.2%나 올랐다. 낸드플래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력 제품인 64Gb 멀티레벨셀(MLC) 낸드플래시 지난해 말 가격은 2.72달러로, 6월(2.24달러) 대비 21.4%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 12월 당시 주력 D램 제품 가격이 3.94달러까지 올랐다”면서 “추세로 보면 상승 여력은 아직도 충분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낙관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PC D램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있지만 공급이 제한돼 있어 3분기부터 상향 안정화될 것”이라면서 “메모리 가격 전망에 따라 SK하이닉스 올해 연간 매출액은 23.3조원, 영업이익은 7조8000억원 수준으로 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가격 강세로 관련 부문 매출은 64조원, 영업이익은 21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수요의 폭풍 확대보다 공급량 증가세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D램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1위 삼성전자는 신규 투자와 미세공정 기술 전환에 발 빠르지 못하다. 업계에선 갤럭시노트7 사태에 따라 이익률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D램 미세화 기술이 한계에 부닥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투자비 역시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과거에는 5조~6조원으로 300㎜ 웨이퍼 투입 기준 15만장을 찍어 내는 생산 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다. 최근 이 비용이 10조원까지 높아졌다.
낸드플래시는 적층 방식 3D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최근 투자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PC와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매우 견조해 신규 공장이 지어지더라도 급격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의 성장세도 견조하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팀은 최근 퀄컴을 포함해 굵직한 대형 고객사를 다수 확보했다. 동부하이텍도 사물인터넷(IoT) 바람을 타고 실적이 수년째 느는 추세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D램 값이 오르는 주된 이유는 물량 부족이고, 투자 확대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마나 3D 낸드 투자가 있지만 최근 주요 기업 총수에 대한 특검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이마저도 지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