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 <85> 안철수 전 대표 “차기 대통령은 정직·책임 덕목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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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새해 첫 공식 일정을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 참관으로 시작했다.

야권 대통령 선거 주자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이달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출국한 안 전 대표는 이틀 동안 CES를 참관한 후 8일 오후 귀국했다. 안 전 대표는 2015년에도 CES를 참관했고, 지난해 9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를 다녀왔다.

안 전 대표를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518호실에서 만났다. 그가 추구하는 새 정치와 세계 기술 흐름 등을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세계 첨단 기술 추세에 관한 식견이 남달랐고,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은 논리 정연하고 명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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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에 다녀왔다. 소감이 궁금하다.

▲지난해 9월 IFA에 이어 4개월여 만에 CES를 참관했는데 빠른 변화에 놀랐다. 혁신이 빛의 속도로 진행됐다. CES는 세계 혁신 전쟁터다. 한없이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국가 간 싸움터다. 정치인은 꼭 와서 참관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이 기업에 뭘 도와 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번에 국회의원 다섯 명만 와서 안타까웠다. 국민의당에서는 오세정 의원이 함께 갔다. 이번 CES의 큰 흐름은 경쟁 패러다임이 기술이 아닌 유저빌리티(usability), 즉 사용성 경쟁으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하드웨어(HW) 위주의 성능 경쟁이 아니라 기존 기술과 융합, 편리성, 소프트웨어(SW), 기능 싸움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SW, 디자인, 협업 이런 것을 잘 못한다. 위기감을 느꼈다.

-어떤 변화인가.

▲1~2년 사이에 자율주행자동차가 대거 등장했다. 변화를 보면 인공지능(AI)이 전 분야로 확산되고, 기업 간 협업이 강화됐다. 포드자동차는 아마존 AI인 엘렉사와의 공조를 발표했다. 조만간 다른 업체들과도 협업할 것이다. 다음은 개인화다. 휴대폰이 개인의 일상을 감지, 맞춤 서비스를 하는 시대다.

-한국 기업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었나.

▲이번 CES에는 모두 3800개 업체가 참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 업체가 1300여개다. 한국은 중국의 13분의 1인 100여개 업체가 참가했다. 숫자 못지않게 중국에 비해 뒤지는 게 많다. 삼성이나 LG TV 같은 가전은 우리가 앞선다. 하지만 TV 화면 크기로 경쟁하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다. 앞으로 중국의 저가 공세를 우리가 감당할 수 없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기업과 정부, 정치인이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할 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특히 기반 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그래픽카드 업체인 엔비디아는 기존 기술에 기반을 두고 AI 업체로 변신했다. 이 분야에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을 보유, 세계 자동차 업체와 협력한다. 둘째는 기술표준화를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표준화를 해야 업체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한국이 표준화를 주도하면 그만큼 기회가 많아진다. 셋째는 낡은 제도의 정비와 보완이다. 자율주행차는 법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룸미러가 없으면 도로교통법상 위법이다. 허가가 안 난다. 법규가 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제도가 기술 발전의 디딤돌이 아닌 걸림돌이다. 제도 정비 및 보완을 위해서는 세계 기술의 추세를 잘 알아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물리학 박사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정책을 추진할 때 절대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그 분야 전문가들과 토론, 정책을 결정한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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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의 조건은.

▲최근 대통령 탄핵 사태로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다. 차기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우선 정직이다. 흔한 말로 깨끗해야 한다. 다음은 유능해야 한다. 문제 해결 능력과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정치에서 만악(萬惡)의 근본으로 작용하는 것은 책임에 대한 무지다. 정치권에서 말은 많아도 그 말에 책임을 진 적이 거의 없다. 책임질 사람인지는 그 사람의 행적을 보면 판단할 수 있다. 과거 축적이 현재다. 이건 대통령 덕목이자 기본 조건이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책임지지 않으면 사회 구조나 국가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는 기본이 안 돼 일어난 국가 불행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기본과 상식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그게 출발점이다. 지금이 기본을 다시 세우고 개혁을 해야 할 최적기다. 그래야 우리 앞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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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대표의 새 정치는 무엇인가.

▲내가 말하는 새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기득권 정치의 반대다. 나는 지금까지 새 정치를 초지일관으로 주장했다. 내가 정치에 뛰어들고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 `세상을 바꾸는 일을 정치가 막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기득권 정치는 세상을 바꾸지 않고 자기 이익을 우선했다. 나는 이런 정치에 실망했다. 정치는 공공 이익에 봉사하는 일이다. 기득권 정치와 싸우는 게 새 정치다. 내가 국회에 들어오니 `돈이 많은데 짠돌이`라느니 `새 정치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는 말이 많았다. 나중에 깨달은 게 이런 게 기득권 논리였다. 나는 1500억원을 기부했고, 내가 개발한 백신 프로그램인 V3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주장했다.

▲내가 지난 대선에서 그런 주장을 했다. 국회의원 숫자도 줄이자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사태가 터지자 고통 분담 차원에서 실제로 국회의원의 정원 10%를 줄였다. 국가에 어려움이 있으면 정치권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아야 국가가 어려울 때 국민에게 협조를 구할 수 있다. 정치는 국민 신뢰가 동력이다.

-경제 위기 상황이다. 타개책은 무엇인가.

▲정치인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거짓말이다. 그건 기업이 할 일이다. 정치는 기업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러려면 창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다음은 ICT와 과학기술 분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실력만으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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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떤 일을 먼저 할 생각인가.

▲먼저 교육 분야 3대 개혁을 추진하겠다. 첫째는 교육부를 폐지하겠다. 지금 교육부는 교육을 통제하는 `교육통제부`다. 자율성이 있어야 창의 교육이 가능한데 대통령이나 장관이 바뀌면 교육 정책이 수시로 변한다. 교육 전문가와 교사·학부모 및 여야 정치권 등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서 10년 단위로 장기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1년 단위로 계획을 점검하도록 하겠다. 교육부는 교육을 지원하는 `교육지원처`로 개편하겠다. 교육도 기업가 정신과 SW 교육, 토론 교육으로 창의 인재를 양성하겠다. 중·장년층에 대한 평생 교육을 지금보다 100배는 강화하겠다.

다음은 과학기술 정책 분야다. 먼저 현행 감사 제도를 개선하겠다. 지금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19조원에 이른다. 지금 감사는 결과만 본다. 성공이냐 실패만 따진다. 이런 상태라면 노벨상은 생각도 못한다. 감사를 과정 위주로 바꾸겠다. 기초과학도 중복 과제를 허용해야 한다. 같은 과제를 선정해 2년 후 재심사해서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정하고, 다시 2년 후 최종 과제를 선정해야 한다. 과제 선정을 관료들이 주도하다 보니 일관성이 없다. 현장 과학자가 과제를 선정하도록 해야 한다. 응용기술도 기업체 위주로 바꾸겠다.

-공정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을 할 생각인가.

▲대·중소기업 불공정 관행을 없애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제검찰` 수준으로 개혁하겠다. 권한을 강화하고, 대신 업무 처리 과정은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밝히겠다. 회의록도 공개하겠다. 특히 전관예우를 근절하겠다. 전관은 현관(現官)들이 선배 부탁을 들어주니까 성립된다. 이걸 뿌리 뽑아야 한다. 이미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헌 입장은.

▲개헌은 필요하다. 시기는 2018년이 적기다. 권력 구조는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같은 대통령제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은 집행권만 행사한다. 우리는 집행권과 예산권, 인사권, 입법권, 감사권 5대 권한을 쥐고 있다. 이를 축소해야 한다. 국민기본권 향상과 지방자치제도 역시 강화해야 한다. 국회 특별위원회의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와 `길이 없으면 만들어 간다`다. 취미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6㎞를 뛴다. 건강에도 좋고 인내심을 길러 준다. 나는 그동안 의사, 정보기술(IT) 전문가, 벤처기업 CEO, 대학교수, 정치인으로서 새 길을 걸었다. 처음은 힘들었다. 실수도 했다. 벤처기업을 경영할 때는 4년 내내 돈 빌리러 다녔다. 교수 때는 첫 강의 후 `이렇게 강의를 못해도 되나` 하는 자책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한 번 실수는 절대 되풀이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성공이란 결과물을 만들었다. 정치도 4년 만에 3당 체제를 만들었다. 38석을 당선시켰다. 현역 정치인 가운데 혼자 3당 체제를 만들고 원내 교섭단체를 만든 사례는 흔치 않는 일인 것으로 안다. 언제나 책임을 다했고, 앞으로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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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대표는 자신의 팔목에 찬 핏빗을 보여 주며 하루에 몇 걸음 걸었는지를 알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약속한 인터뷰 시간이 지나자 보좌진이 다음 일정을 알려왔다. 대선 시계가 빨라짐을 느끼며 인터뷰를 끝냈다.

이현덕대기자 hdlee@e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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