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위어바오(餘額寶) 초읽기...알리페이 한국 합작법인, 왜 설립하나

알리페이 한국 합작법인 설립에 담긴 목표는 명확하다. 중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사업을 해오던 알리페이가 한국에서 자체 브랜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페이팔을 뛰어넘는 세계 통합 결제 플랫폼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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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공인인증서 등 규제에 가로막힌 수년간 알리페이는 세계 34개국 대상으로 현지 서비스를 선보였다.

공인인증서 규제 등에 가로막혀 잃어버린 10년을 지내 온 한국과 달리 중국은 이미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알리페이는 이미 국내 유수 금융사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가맹점수도 100만개 이상 확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이면에는 알리페이 노림수가 녹아 있다.

알리페이는 회원 10억명, 거래규모 500조원이 넘는다.

한국은 규모로는 전체 금액 대비 1%에도 못 미치지만, IT강국이라는 이미지와 동남아 지역에서 갖는 상징성이 크다. 한국에서 알리페이가 보유한 결제 플랫폼과 다양한 사업 모델이 안착하면 동남아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알리페이 한국 직접 진출은 국내 금융 시장에도 큰 위협이다. 간편결제에만 치중한 국내 핀테크 생태계에 알리페이 사업 모델이 던지는 의미는 크다. 진출 시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 구조다.

알리페이 사업 구조만 보더라도 한국보다 앞선 간편인증은 물론 막대한 자금을 활용해 대출, 자산운용, 송금, 요금납부 서비스 등 서비스만 수십가지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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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 페이팔을 압도하며 모바일 결제 서비스 부문에서 텐센트와 함께 세계 최강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합작법인 설립으로 알리페이는 향후 한국에서 이체, 상환, 요금납부, 대출,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부가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대표 자산관리 위어바오, 차오차이바오 형태의 사업 진출 가능성도 있다. 위어바오는 비교적 고금리 상품이지만 이용자수만 2억명에 달하고 예치금액은 6000억위안을 넘어섰다. 차오바이는 P2P 대출 상품으로 한국보다 앞서 중개 플랫폼을 구비했다.

알리페이 한국 시장 진출 전략은 협업이다. 2014년부터 하나은행, 한국정보통신(KICC) 등이 협력 파트너로 사업을 하고 있고, 최근 다수 국내 사업자가 알리페이 진영으로 흡수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합작법인 설립은 알리페이 글로벌 망으로의 연결을 의미한다. 파괴적인 프로모션과 해외 직구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알리페이 결제 플랫폼으로 한국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합작법인 설립과 관련 국내 대형 은행은 물론 밴, PG사 등도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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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페이가 보유한 막강한 인프라를 통해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알리페이의 한국 법인 설립은 다수 금융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종속적 관계도 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한국은 세계 결제 사업자들의 핀테크 테스트베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알리페이에 이어 새해 상반기 구글 안드로이드페이, 애플페이 등도 진출을 검토 중이어서 어느때보다 치열한 핀테크 격전이 예상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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