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4차 산업혁명과 정보통신공사 분리 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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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현재 일어나는 경제·사회 변화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 포럼)에서도 이를 공식 의제로 채택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과거 인류가 체험하지 못한 규모와 범위로 생활하고 일하는 방식의 근본 변혁을 초래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핵심 기술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3D프린팅, 드론, 바이오기술 등이 각광받고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부각된 AI의 변화 주도자 역할에 주목한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존의 정보사회 대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능` 정보사회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사람·사물·공간 등 모든 것이 연결된 망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빅데이터와 AI 등으로 분석, 예측, 활용, 공유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 팩토리, 로봇, 스마트 시티 등과 같은 자율(Autonomous)·실시간(Realtime)·데이터주도(Data-driven) 서비스가 출현할 전망이다. 이 새로운 가치 창출 서비스는 다른 산업 분야의 기술과 IoT, 센서, 소프트웨어(SW) 등 정보기술(IT)이 융합된 것이다.

새로운 스마트 융합 서비스의 성공은 정보통신 설비 시공 품질, 신뢰도와 안정성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을 착실히 준비하기 위해 정보통신 공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1980년대에 한 해 100만회선 공급을 통한 전화 만성 적체 해소, 1990년대 CDMA 모바일통신 강국, 2000년대 IT 강국은 튼실한 정보통신 공사 전문 업체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1971년에 다른 건설 공사와 분리해 정보통신 공사는 전문 시공업체에 직접 발주하는 제도(분리발주제도)의 도입이 큰 역할을 했다. 1999년부터 시행된 초고속 정보통신건물 인증제도도 구내 통신 선로 설비 고도화를 촉진, 정보화 강국 건설에 기여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 시스템을 기반으로 일어나는 경제·사회 대변혁인 만큼 시공 품질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정보통신 공사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일이 벌어져 우려스럽다. 엄연히 분리 발주가 법으로 의무화돼 있는데도 행정 편의만 추구, 공공기관이 통합 발주를 강행하는가 하면 건설업계는 분리 발주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분리 발주제도는 공사 지연과 공사비 증가, 부실 공사 책임 소재 불분명, 발주자 선택권 제한 등 문제점이 있다는 이유다.

실증 조사 연구에 따르면 그 근거는 희박하다. 이면에는 통합 발주로 누릴 수 있는 원도급사의 우월 지위와 중간 마진을 포기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이 똬리를 틀고 있다. 무엇보다 통합 발주는 발주자가 적정한 공사비를 지급했음에도 원도급사인 종합건설업체의 저가 하도급 관행으로 부실 공사 위험을 떠안게 된다. 오히려 분리 발주는 전문 시공업체가 원도급사로 직접 입찰에 참여해 낙찰 받은 적정공사비를 바로 정보통신공사에 투입, 시공품질 확보는 물론 발주자 권익까지 보장한다.

정보통신공사업법에서 분리 발주 위반 시 형사 처벌이 가능한 강행 규정으로 제도화한 취지는 통합 발주 때 예상되는 대형 건설업체의 수주 독점, 저가 하도급 등으로 인한 부실 시공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정보통신설비의 시공품질 등을 확보하고 대·중소기업 상생과 정보통신 전문 시공 업체의 육성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분리 발주는 발주자의 계약 업무가 다소 번거로워지지만 궁극으로는 발주자와 이용자를 위한 제도임을 알아야 한다. 정보통신 시스템이 빠르게 스마트해지고 복잡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쟁력 유지를 위해 3차 산업혁명 시대 IT 강국의 밑받침 역할을 해 온 정보통신 공사 업계가 제 역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분리발주제도는 유지·확산돼야 한다.

차양신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상임부회장 yscha55@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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