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프린팅 기술 개발을 위해 설립한 `주화`는 여느 기업과 성격이 다르다. 차이나스타(CSOT)와 티안마가 각각 66%, 34% 지분을 보유해 겉으로는 여느 합작사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세계 유수의 부품소재장비 기업이 공동 연구에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어서다. 역량 있는 주체가 뭉쳐 차세대 OLED 양산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상용화해서 서로 `윈윈(win-win)`하자는 모델이다.
실제로 주화는 광둥성 등 중국 정부와 기업의 주도 하에 머크, 스미토모, 카티바 등 굵직한 OLED 관련 기업 1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프린팅 방식 OLED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부품소재장비에 대한 폭발적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기술 완성 시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프린팅은 대형 OLED 가격을 낮춰 대중화 물꼬를 틀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OLED TV 등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주화에 참여하는 기업에 중국 내수를 선점하고, 해외까지 아우를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다. 다수 글로벌 기업이 주화에 참여하는 이유다.
주화에서는 대규모 인프라가 제공된다. 4.5세대 테스트 라인을 만들어 재료, 장비, 부품 업체가 모두 이 곳에서 성능을 시험하고 상용 가능 여부를 확인케 한다. 소재부터 패널 생산까지 일괄 공동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상용화를 가속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수천억원 규모 예산을 지원하고 올해 7월 완공을 목표로 한창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개방형 공동 연구는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모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폐쇄적이고, 수직계열화를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외부 협력보다 내부 자체 개발을 선호한다.
하지만 중국은 개방형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 OLED를 추월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량 생산에 적합한 프린팅 공정 기술 개발로 LG디스플레이 등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형 OLED를 빼앗겠다는 야심이다. 익명을 요구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는 “중국은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을 할 수밖에 없고 리더인 우리나라는 전략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소재 등은 우리도 취약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외부의 연구 능력을 활용하거나 협력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