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진실은 하나여야 한다. 한 사건에 대해 여러 개의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진실이 아니다. 자기 양심, 사실 행위, 대화 내용, 사진, 녹음, 메모, 수첩에 적은 비망록까지 들이 대는 데도 서로가 그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자기 스스로도 진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윗분을 위해 또는 자기 나름대로의 국가관 때문일까?
진실은 확실하고 엄중하다고 배웠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진실이라고도 배웠다. 그런데 지금 진실은 흐릿하고 애매하고 열 받는 그런 것이 되어 버렸다. 정말 진실이란 것이 사람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진실은 야누스의 두 얼굴인가? 이미 400년 전에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는 “진실은 하나뿐이지만 거짓말에는 한없이 많은 변종이 있다”고 했다.
십계명에도 네 이웃을 위해서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유사 이래 어느 종교든, 교육기관이든 거짓말 하면 벌 받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거짓말 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것은 진실이다. 인간적으로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이 하루에 30번을 거짓말한다는 보고서부터 거짓말은 사회적 재능이라는 심리학자 말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해 가면서 죄의식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지금 진실을 다투고 있는 사람들은 진실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스스로 자기가 옳다고 확신해 버린다. `누가 지금 내 위치에 있더라도 나와 같이 말 할 것이다`라고 스스로 자기 최면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자기 양심, 자기 가족, 동료, 부하, 국민, 역사에 대해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정말 무서운 죄를 짓는 것이다.
양심에 어긋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권력 정점에 올랐었고, 많은 부하들로부터 리더십 있다고 하는 칭송을 들었고, 스스로도 일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국민을 상대로 지금 나는 아는 것이 없다고 하고 있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져 스스로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자기 평생 업적과 자기가 그토록 집요하게 쌓아 왔던 모든 인간관계가 물거품이 될 것이고, 주위의 비웃음 속에 쓸쓸히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엄청난 재산은 남기고 가겠지만…….
어떤 사람은 자기 입이 자물쇠고 모든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고 공언하고 있다. 얼핏 보면 굉장한 의리파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게 어디 자랑할 일인가? 분명히 이런 사람은 같은 종류의 범죄를 반복할 사람이다. 아무리 악인이라도 죽기 전에는 다 참회를 한다는 데 이런 사람들은 전혀 참회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참회하지 않고 모든 죄과를 그대로 들고 죽겠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정말 무서운 업보가 아니겠는가?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법원에서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전관예우 변호사가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것을 보면 누가 변호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을 말해준다. 법원조차도 또 이삼십년 뒤에 판결 잘못했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 않는가? 지금 진실을 다투는 사람들이 다 전관예우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 분들은 법정에서 어떤 것이 진실이 되고, 어떤 것이 불법증거가 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신 있게 떠들고 있고, 당당하게 버티는 것이다. 그러니 진실이 법정에서 조차 제대로 밝혀지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우리 모두 법원이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법원 판단 이전에 관련자들 양심에서 나오는 참회와 고백이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이 지독한 혼란과 분열 속에서 다시 일어서서 화합과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전화위복이 되기 위해서는 관련자들 철저한 참회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거짓말을 위해서는 평균 7번의 거짓말을 더 해야 한다고 한다. 점점 거짓말이 쌓이고 커지게 되면 자기 스스로도 헷갈리게 될 것이다.
진실을 호도하고, 대중을 속이고, 이번 개인적 위기만 무사히 넘기면, 모아 놓은 많은 재산을 누리면서 노년을 편하게 마감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 누군가가 지칭한 우주의 기운조차 거짓말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