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끝, 고생 시작.`
올해 초 졸업식이 열린 어느 대학교 현수막에 적힌 글귀다. 만만치 않은 취업 한파 때문에 덕담 대신 이런 자조 섞인 현수막이 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평균 청년실업률은 10%에 달해 2000년대 들어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경기 불황과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청년 취업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내년 초 졸업식에는 요즘 젊은이들 말로 또 어떤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수막이 내걸릴지 씁쓸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청년들이 이처럼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열 곳 가운데 여덟 곳이 직원 채용 때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구인-구직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 소재 중소기업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구직 희망 청년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 인식과 더불어 수도권 기업 및 대기업 선호 현상이 주원인이다. 그러나 지역의 5000여개 강소기업을 필두로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 못지않은 성장 가능성과 임금, 복지 혜택 등을 제공하는 청년 친화 강소기업도 상당수 존재한다. 다만 이 같은 우수한 기업들이 청년층에 잘 알려져 있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2012년부터 `희망이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희망이음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지역의 우수 중소기업을 직접 탐방해서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함으로써 지역 인재가 수도권 및 대기업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내 구인-구직의 맞춤형 매칭을 유도하는 청년 일자리 진흥 사업이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5만여명의 대학생들이 2300여개 지역 중소기업 탐방 활동에 참여했다. 취업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2016년 참여 학생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 조사 결과 대상자의 14%인 160명의 학생들이 희망이음 프로젝트 참여 기업에 취업했다. 이는 2012년에 비해 불과 4년 만에 취업자가 20배 이상 증가한 놀라운 성과다.
희망이음 참여로 취업에 성공한 전북 지역의 한 대학생은 “평소 지역에 있는 좋은 기업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정보가 없어 막막한 상황이었다”면서 “그런 가운데 희망이음 탐방을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얻고 이 회사가 내가 있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학생은 2014년 졸업 후 그 탐방 기업에 취업, 지금도 만족하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참여 학생의 인식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탐방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 인식이 긍정으로 변화한 응답률은 86%에 달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은 “우리 지역에도 대기업 못지않은 알짜 중소기업이 많다” “중소기업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갖지 말고 취업의 폭을 넓혀 보라” 등 후배들에게 조언도 남겼다. 산업부는 지난 23일 이와 같은 희망이음 프로젝트 성과를 격려하기 위해 우수 탐방 후기 학생과 유공 기관을 선정, 시상식도 개최했다.
1971년 중소기업으로 출발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직원에게 꿈과 일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펀(Fun)경영`을 홍보, 기업 초창기에 젊은 인재를 대거 확보했다. 이들 인재의 창의성과 열정을 발판으로 삼아 기업은 크게 성장했고, 미국 젊은 청년들에게는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가운데 하나로 발돋움했다. 이는 청년 인재 확보가 절실한 국내 유망 중소기업과 좋은 일자리를 갈망하는 청년들에게도 시사하는 바 크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 중소기업과 청년들이 희망이음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서로의 갈증을 해소하는 `사이다`가 돼 청년의 가슴에, 기업인의 마음에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현수막이 펄럭이기를 기대해 본다.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k2625m@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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