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시가총액 6위권 기업 가운데 5개가 구글, 애플을 비롯한 소프트웨어(SW) 기업이다. 아시아의 시가총액 상위권 또한 텐센트, 알리바바를 위시한 중국 SW 기업들 몫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이른바 G2를 이끌어 나가는 주역이 `SW 기업`임을 시장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SW 기업이 이처럼 폭풍 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바로 SW가 지닌 융합성과 확장성에 있다.
SW 산업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산업과 융합,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SW의 융합성과 확장성을 기술로 구현해 나갈 수 있게 되면서 세계 경제는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들었다. 1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의 주제이기도 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생명과학, 로봇 같은 신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의 상품 기획부터 제조·유통에 이르는 기업 활동 전 과정에서 가장 효율 높은 시스템을 창출하는 `지능화된 SW`가 중심이 되는 혁명이다. 애플은 지난 1년 동안 가상현실(VR), AI 분야 SW 기업을 대거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5000명이 넘는 컴퓨터 공학자와 엔지니어를 투입, 자체 AI 제품 개발은 물론 관련 기업 인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단지 SW 기업만이 이러한 경쟁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20년까지 세계 10대 SW 기업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자동차가 새로운 SW 플랫폼으로 대두되면서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도 첨단 자동차 전장 사업에 투자하는 등 스마트카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SW와 다른 산업 간 융합 경쟁력 확보가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 과제가 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글로벌 SW 시장의 가치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SW 시장 규모는 전 세계 시장의 1% 남짓으로, 글로벌 SW 매출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우리 기업의 이름은 아직 없다. 생존을 위한 우리 기업들의 체질 변화가 절실하다. 다행히 정부도 SW가 혁신, 성장, 가치 창출의 중심이 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초·중등 교육 과정에 SW 교육이 의무화되고,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들도 앞다퉈 신산업인 로봇과 바이오·AI 분야의 SW 융합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SW 중심사회 실현을 위한 일련의 노력들이 국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SW 산업과 국방, 농생명, 에너지, 콘텐츠를 비롯한 지역 특화산업 간 연계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지역에 최적화된 SW 융합 성공 사례 창출과 연구개발(R&D) 인재 육성의 거점이 될 `소프트웨어 융합클러스터`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 가고 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SW 융합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지역 간 중복 투자를 지양하고 분야별로 장기 투자와 정책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 협력이 부족하던 중국 `중관춘`이나 핀란드 `오울루`는 성장의 한계를 보인 반면에 독일 `소프트웨어 클러스터`, 이스라엘 `실리콘 와디`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긴밀한 정책 협력과 각 지역 R&D 네트워크가 결합해 세계 명성의 SW 융합클러스터로 성장했다. 이러한 사례는 SW 융합 생태계 형성 태동기에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소프트웨어 융합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13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8개 거점 지역에 `소프트웨어 융합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이들 클러스터는 지역별 특화·전략 산업과 연계한 SW 융합 R&D를 수행하는 한편 창업 지원과 전문 인재 양성 프로그램 운영,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 클러스터가 진정한 SW 융합 생태계 허브로 되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 위주의 접근보다 장기 관점에서 기업·정부·연구기관 간 안정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입주 기업들 간 경쟁과 협력을 통해 효율은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이른바 `클러스터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이러한 정책 지원과 R&D 투자를 통해 SW 융합클러스터가 대한민국의 혁신 SW 융합 생태계를 선도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추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각계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choijaey@msi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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