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거래 확인도 못하는데...공매도 땜질규제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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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일 종가(6730원) 대비 8.86% 급락한 5970원으로 장을 열었다. 전일 장 마감 직후 공시된 외부감사인 `의견거절` 때문이다. 15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일 대비 13.67% 하락한 581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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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대우건설 `비전 2025 선포식`에서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이 세계 15대 건설사로의 도약 등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이 나오기 직전, 지난 11일 대우조선 주가는 장중 한 때 52주 최고가 7600원까지 상승했다. 주가 상승에도 이날부터 대우조선 주식 대차잔고는 덩달아 급증했다.

주식시장에 `공매도 공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미약품에 이어 이번에는 건설업계 4위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이다. 한국거래소는 17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가능성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대차잔고 급증 등 공매도를 알리는 각종 신호에도 사전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 핵심 정보를 가진 증권 유관기관 간 협조가 전혀 되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대우건설 주식 대차잔고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이달 10일까지 2400만주 안팎을 유지했던 대차잔고는 하루 평균 100만주씩 늘어 16일에는 2800만주를 기록했다.

이처럼 공매도 선행 지표인 주식 대차잔고가 증가했지만 공매도 위험 신호를 알리는 공매도 잔고 공시 제도는 이번에도 제 기능을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공매도 잔고 0.5% 이상 보유자 현황을 공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하지만 대차잔고 증가에도 0.5% 이상 공매도 잔고 보유자 현황은 변화가 없었다. 종목별 0.01% 이상 공매도 잔고 공시도 3일 늦게 이뤄져 유명무실했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이런 대차잔고와 공매도 잔고 공시 사이의 불일치를 좁히기 위해 대차잔고 관련 정보를 가진 예탁원에 시장 정보를 요구했지만 정보 제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전체 주식 대여량을 가늠할 수 있는 대차잔고를 들여다본다면 공매도와 연관성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다”면서 “우리(거래소)와 예탁원이 워낙 사이가 좋지 않다보니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전했다.

예탁원 측은 “전체 종목과 대차잔고 추이 등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제공하고 있다”며 “개별 차입자와 대여자에 관한 정보 등 시장정보는 법적으로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주식 대차잔고에서 공매도 물량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외국계 헤지펀드 롱숏전략, 해외 주식예탁증서(DR) 차익거래, 재대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 거래가 이뤄지는지 명확한 통계는 없다. 누가 어떤 용도로 주식을 빌렸는지 알 수 없어 공매도 물량이 언제 나올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도 불투명한 대차잔고 정보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주식시장에서 대차거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시장을 분석할 만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아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 대차거래 체결 규모는 189조원으로 장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8.6%에 달한다. 5년 만에 갑절 가까이 늘었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대차거래 시장이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대차잔고와 공매도 사이 연관성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구체적 자료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격 정보 등 민감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시장 분석을 위한 기초 데이터는 예탁원 등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차잔고 흐름을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주가 하락과 공매도 포지션만으로 과열종목을 지정하겠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본시장에서 갖는 공매도의 긍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제도에 비판이 거세니 설익은 대책만 내놓은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대차잔고=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에서는 흔히 대차잔고를 공매도 선행 지표로 해석한다.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하지 않는 국내법상 공매도를 위해 반드시 주식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빌린 주식은 공매도 외에도 헤지펀드 롱숏전략, 차익매매, 재대여 등 다양하게 쓰인다.

대우건설 대차잔고 추이

(자료:한국예탁결제원)

(표) 대우건설 주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대차거래 확인도 못하는데...공매도 땜질규제 실효성 논란
대차거래 확인도 못하는데...공매도 땜질규제 실효성 논란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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