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39> 가치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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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직불카드에 매달 사용 수수료 5달러를 부과하기로 한다. 항의가 빗발친다. 계획은 곧 철회된다. 손해는 피할 수 없었다. 한 달 동안 계좌 해지 건수가 20% 증가한다.

마크앤드스펜서 백화점은 큰 사이즈 속옷에 2파운드씩 가격을 올린다. 재료가 많이 든다는 이유를 달았다. 소식은 소셜 미디어를 달군다. 결국 `동일제품 동일가격제` 발표에다 25% 할인행사까지 하고서야 소동은 누그러든다.

넷플릭스는 DVD와 비디오 스트리밍 종합서비스 가격을 60% 올린다. 80만명이 계약을 해지한다. 시가총액은 70%나 곤두박질친다.

마르코 베르티니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와 존 거빌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가격에 대한 생각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대부분 기업의 돈 버는 방식은 파괴적입니다. 모든 것에서 무언가를 얻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죠.”

싼 항공권을 생각해 보자. 다리 뻗을 추가 공간을 원한다면 비용은 올라간다. 여분의 가방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음식이나 음료에도 돈을 내야 한다. 두 저자는 이런 적대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본다. “소비자들은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불만을 알리기에 주저하지 않죠.”

어떻게 해야 할까.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의 불합리성에 반응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업의 행동에 근본 문제가 더 있는 것일까. 기업은 어떻게 가격을 정하고 수익을 추구해야 할까.

사례를 한 가지 보자. 2012년 런던올림픽위원회는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26개 종목 800만장 티켓을 손에 쥐고 있었다. 가격을 정해야 했다. 돈보다 고객의 가치를 둬야 했다. `모든 이의 게임(Everybody`s Games)`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무시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운영 경비를 뽑아야 했다.

위원회는 해법을 찾았다. 먼저 가격대를 더 잘게 나누었다. 어떤 티켓은 더 싸졌지만 수익은 맞출 수 있었다. 둘째 `연령 차별 가격제`를 도입했다. 유소년이나 60세 이상에게는 가격을 할인했다. 셋째 가격에 의미를 뒀다. 개회식 입장권 가운데 최저가는 20.12파운드, 최고가는 2012파운드로 정했다. 사람들은 숫자가 런던올림픽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넷째 공짜표는 애초부터 만들지 않았다. 시민들은 올림픽위원회가 그들의 생각을 고려한다고 느꼈다.

기업은 매번 `고객, 당신이 우리의 가치입니다`라고 광고한다. 정작 가격을 정할 때면 `우리는 당신을 돈 낼 사람으로 봅니다`라면서 진심을 드러낸다. 여기서 문제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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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두 저자는 다섯 가지 조언을 던진다. 첫째 가격을 거래가 아닌 관계 만들기로 보라. 세계철인3종경기협회는 사실 영리 기업이다. 초기 대회는 `아이언맨`이라는 브랜드로 치러졌고, 철인경기 자체를 상징했다. 2008년 사모펀드가 인수하자 달라졌다. 예전의 절반 능력이면 아이언맨이란 이름을 주었다. 향수나 유모차에도 브랜드를 팔았다. 1000달러를 내면 최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애호가들은 반발했고, 참가를 거부했다.

둘째 가격을 도구로 활용하라. 고객으로 하여금 반응하도록 하고, 그 혜택을 공유하라. 2005년 아마존은 프라임 서비스를 출시했다. 연회비 79달러를 내면 모든 주문에 특급배송료가 무료였다. 고객도 만족했지만 아마존의 이익이 더 컸다. 고객은 더 많이, 더 다양한 것을 주문했다. 2008~2010년 불경기에도 아마존의 매출은 30%, 주가는 300% 뛰었다. 프라임 서비스가 고객과 아마존 사이에 공동의 가치를 만들었다.

셋째 신축성에 높은 가치를 두라.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고, 가치를 공정하게 나누라. SKF 그룹의 논리는 단순했다. `고객이 돈을 벌면 우리도 성장한다.` `제품 가격` 대신 `파트너십 가치`로 목표를 전환했다. 고객의 유지·보수 업무를 넘겨받고 비용 절감분을 나눴다. 가격은 고객마다 다르지만 수익을 나눈다는 것만은 동일했다.

넷째 투명성을 높여라. 왜 가격이 정당한지 설명하라. 티켓마스터사에 고객 불만이 컸다. 티켓 가격에 이것저것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서비스, 편의, 처리 수수료 등 내역을 공개하자 불만은 오히려 줄었다.

다섯째 공정하다는 인식을 지켜라. 이케아를 보자. 멋지고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되 운반이나 조립은 소비자 몫이다. `나는 내 몫을 당신은 당신 몫을`이라는 이케아의 논리는 명확하다.

두 저자는 이것을 `공유가치 가격(shared-value pricing)`이라고 부른다. 가격을 통해 기업이 고객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지적은 흥미롭다. 정작 많은 기업이 실패하는 것은 `가격 혁신`이 아니라 `가치 혁신`이었는지 모른다. 바로 공유가치 만들기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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