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주가 100만원이 넘는 주식을 `황제주`라고 한다. 누가 공식 기준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단위 숫자가 바뀌는 까닭에 100만원이 황제주의 기준이 된 듯하다. 요즘은 삼성전자, 롯데칠성, 영풍 등 종목의 주가가 100만원을 넘는다.
황제주가 되면 그만큼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누군가 내 몸값을 높이 쳐 준다면 당연히 기분 좋은 일이다. 반면에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워지는 단점도 있다. 뭔가 남의 세상처럼 여겨진다고 할까. 그래서 일부 기업은 액면분할을 실시, 스스로 황제주 지위를 내려놓기도 한다.
국내 1위 인터넷 기업 네이버의 주가가 상승세다. 2016년을 60만원대 초반에서 시작, 어느덧 80만원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네이버 시가 총액은 지난 7일 삼성물산을 제치고 4위까지 올랐다. 실적이 워낙 좋은 데다 자회사 라인의 상장 호재까지 더해졌다. 목표가를 100만원으로 올린 증권사도 나왔다. 네이버 주식 액면가가 5000원이 아닌 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도약이다.
제조·통신·금융·유통 기업 일색이던 국내 황제주 대열에 인터넷기업이 합류한다면 상징성이 크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 전선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인터넷기업의 활약은 필수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언제까지 전통의 주력 산업만 찾아서야 되겠는가. 전향 시각으로 인터넷·콘텐츠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
황제주가 모든 면에서 좋은 것은 아니듯 네이버의 고공행진에는 부담도 따른다. 신기업의 성장은 기존 제도, 기득권과의 충돌을 수반한다. 네이버도 수년 전의 성장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후 많은 개선과 준비가 이뤄졌다. 하지만 앞으로 부딪칠 산이 더 많다.
네이버의 성장 스토리는 다른 인터넷·콘텐츠 스타트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네이버가 잡은 성장세가 산업 전반에 긍정 효과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