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방`과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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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가전전시회(IFA) 2016`가 열린 독일 베를린. 넓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여러 업체 부스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냉장고가 전시된 것이 눈에 띄었다. 바로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냉장고 `패밀리허브`와 닮은 제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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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베스텔은 패밀리허브와 유사한 디스플레이 장착 냉장고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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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 냉장고를 전시했다.

패밀리허브는 IoT 기능과 외부 디스플레이, 내부 카메라 등을 갖춘 프리미엄 냉장고다. 이번에 패밀리허브 유사 제품을 선보인 업체로는 중국 하이얼, 터키 베스텔, 독일 보쉬 등이 있다.

패밀리허브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 CES 혁신상을 받으며 화제가 된 `혁신` 제품이다. 하지만 불과 8개월 만에 `모방` 제품이 대거 등장한 셈이다. 혁신 주기가 짧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삼성전자에 모방 제품 등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긍정적 결과로 본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서병삼 삼성전자 가전사업부장 부사장은 “이것이 바로 트렌드다. 우리가 앞장서서 간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높이뛰기에서 모든 사람이 앞으로 뛸 때 처음 배면뛰기한 선수가 등장하자 다음부터 모두 배면뛰기를 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비유했다.

첨단 기술로 경쟁하는 정보기술(IT), 전자 업계에 혁신은 한 발 앞서가기 위한 필수 요소다. 반대로 경쟁에서 한 발 뒤져 혁신을 놓친 기업은 발빠른 모방으로 격차를 좁혀야 한다. 하지만 따라가기만 해서는 결코 선두로 올라설 수 없다. 실제로 IFA 2016에 등장한 패밀리허브 유사 제품들은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모방 제품 등장에도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곳이 모방하더라도 따라오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처음 혁신을 시도한 삼성전자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뒷받침됐다.

수많은 기업이 동일한 시장에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한다. `모방` 제품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힘들고 어렵지만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이유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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