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부품 사업부문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는 자동차부품 사업 경쟁력을 일거에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면서 자동차 부품 사업 의지를 내비쳤고, 단숨에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를 선택한 것이다.
4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부품 사업부문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 일부 또는 전부 인수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그네티 마렐리의 차량 조명, 엔터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에 관심을 보였다. 사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예상 금액은 최소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인수 협상을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부품 사업의 신생 기업이다. 자동차부품 시장에서는 고객사와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그동안 관계가 없던 삼성전자는 고객사 확보부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마그네티 마렐리를 인수하면 고객사와 신뢰를 동시에 획득하는 효과가 있다. 마그네티 마렐리의 기존 고객사를 통해 곧바로 자동차부품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세계 수준의 기술력도 확보할 수 있다. 마그네티 마렐리 고객사의 약 70%가 유럽 자동차 회사라는 것도 장점이다.
이세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황상 삼성전자가 전장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전장부품 업체 인수합병(M&A)이 불가피하다”면서 “마그네티 마렐리는 지난 2015년에 매각설이 나돌던 회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전장사업이 본격화되면 부품사업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자동차 전장화가 가속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61억달러이던 차량용반도체 시장은 오는 2018년 36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번 인수 협상에 대한 시장 평가도 좋은 편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본격 개막으로 자동차 분야는 앞으로 반도체와 전자부품 분야의 새로운 성장 분야로 급격히 부각될 것”이라면서 “M&A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적절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가 성사되면 삼성전자 해외 M&A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2년부터 피아트크라이슬러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어 이번 인수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수 협상에 대해 “시장의 추측이나 루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그네티 마렐리 현황(자료:마그네티 마렐리, 2015)>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