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지수 `톱싯(TOPCIT)`은 ICT·소프트웨어(SW)분야 전공 대학생 및 3년차 이하 재직자가 현장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요구되는 핵심 역량을 진단하는 수행형 테스트다.
2014년 첫 정기평가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다섯 차례 정기평가를 실시했다. 1만6000여명 이상이 응시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톱싯 활용 분야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 118개 기업, 기관 및 학계에서 톱싯을 직원을 뽑는데 활용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ICT·SW 전공 학과 졸업 자격으로도 쓰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태국, 몽골, 필리핀 등 해외로 확산돼 글로벌 ICT·SW 인재 평가 기준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전자신문은 톱싯 주관기관인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및 ICT·SW 산학계 전문가와 함께 시행 3년차를 맞이한 톱싯 성과와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참석자 (가나다순)
△권호열 강원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과 교수
△김동윤 아주대 정보통신대학원장
△류정수 네오위즈게임즈 연구소장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센터장
△이춘식 씨에스리컨설팅 대표
△사회 신선미(전국부 부장)
◇사회(신선미 전국부 부장)=톱싯은 지식수준이 아닌 ICT·SW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을 측정하는 차별화된 제도다. 도입 배경이 궁금하다.
◇이상홍(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센터장)=ICT·SW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대학에서 키워내는 학생의 능력이 서로 달라 일자리가 있어도 일할 사람은 없는 불일치가 존재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학계가 힘을 합쳐 2011년 톱싯을 도입했고, 2014년부터 정기평가를 본격 시행했다.

◇이춘식(씨에스리컨설팅 대표)=이전까지의 자격증이 취득에만 집중돼 있었다면 톱싯은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ICT·SW 산업은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다. 최근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이 강조되고 있는데 기존 대학 커리큘럼만으로 변화를 따라가기란 힘들다. 톱싯은 산업계 트렌드를 지속 반영하는 역량 개발 도구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인턴 2명을 채용했는데 한 명은 지방대, 다른 한 명은 특성화고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톱싯 점수를 보고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선발했다.

◇류정수(네오위즈게임즈 연구소장)=와이셔츠의 첫 단주를 잘 꿰어야 끝까지 문제없는 것처럼 기업에서 어떠한 인재를 선발하는가는 기업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산·학계간 인재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학계는 이론 위주, 산업 현장은 실무 위주이기 때문이다. 톱싯은 이론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비즈니스 이해 능력, 프로젝트 관리 능력 등 실무 역량도 평가함으로써 ICT·SW 인재와 기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많은 청년이 취업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 ICT·SW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학계에서는 톱싯 도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권호열(강원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과 교수)=톱싯은 상대적으로 ICT·SW 인프라나 취업 기회가 부족한 지방대생이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검증 도구다. 또 학생에게 기술 자체뿐만 아니라 시장 흐름을 읽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눈을 길러준다. 앞으로 기술과 경영 영역을 통합한 톱싯과 같은 방향으로 국내 공학 교육이 바뀌어야 우리만의 실리콘밸리가 탄생할 수 있다.

◇김동윤(아주대 정보통신대학원장)=ICT·SW 인재가 핵심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다. ICT·SW 분야 학생도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변화해야 한다. 톱싯은 평가 영역에 비즈니스 분야를 담아냄으로써 다양한 산업 환경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그동안 다섯 번에 걸친 톱싯 정기 평가에 1만6000여명의 학생이 능력을 평가받았다. 실무 능력을 검증하는데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상홍=톱싯 출제자 상당수가 ICT·SW 종사자다. 그들이 우리 회사에 입사하려는 인재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한 수행형 문제를 내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고 있는 제도다. 또 결과에 따라 합격·불합격이 아니라 토익처럼 점수로 능력 수준을 평가함으로써 대학에서는 졸업 인정시험 조건으로 활용하고 기업에서는 직원 능력을 향상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전KDN이나 공군에서 톱싯을 도입하는 등 ICT·SW 산업 현장에서 실효성이 검증되고 있다. IITP에서는 이러한 톱싯의 유용성을 널리 알리고 입사 평가 시 자격 보유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혜택을 줌으로써 톱싯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최근에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톱싯이 보급되고 있다. 톱싯의 글로벌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고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이춘식=이전에 한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 미국, 중국, 브라질 등에서 현지 담당자를 채용해야 했는데 지원자 역량을 검증하기가 어려웠다. 톱싯이 글로벌화되면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현지 인력 역량을 검증하는데 활용할 수 있고 해외로 취업하려는 국내 인재 역시 자신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류정수=ICT·SW는 국경이 없는 산업이다. 대표적으로 게임 산업이 그렇다. 이러한 산업군에서 톱싯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국내 우수 ICT·SW 인력이 해외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관련 산업의 성장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김동윤=세계적으로 보더라도 톱싯처럼 실무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는 특별하다. 톱싯 경쟁력을 높여 ICT·SW 인재 양성의 글로벌 표준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톱싯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현지화가 필요하다. 해당 국가에서 원하는 바를 반영할 수 있도록 동업자 관점에서 협업해야 한다. 폐쇄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기보다 개방 전략을 펴는 것이 톱싯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상홍=톱싯의 세계화를 위해 우선 영어 버전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태국, 몽골, 필리핀 등에도 우리가 개발한 톱싯이 채택됐다. 태국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정기평가를 진행,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아프리카, 남미 등 ICT 붐이 일고 있는 지역으로 톱싯을 확산할 계획이다.
△사회=톱싯이 ICT·SW 분야 성장을 이끄는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나 개선 방안을 제안해 달라.
◇이춘식=응시자 입장에서는 톱싯이 요구하는 실무 역량 수준이 높다보니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또 평가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응시자의 잠재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적절한 난이도 조절과 잠재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톱싯을 개발함으로써 더 많은 응시자들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류정수=앞으로는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다른 분야에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T자형 인재가 필요하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톱싯은 기술 영역과 비즈니스 영역을 통합한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앞으로는 융합형 문제의 비중을 더욱 높이고 관련 학습 콘텐츠를 보충해야 한다. 또 다양한 영역이 얽혀져 있는 실무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기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권호열=장기적으로 톱싯이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각국 대학을 연결하고 ICT·SW 인재 역량을 개발하는 교육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이 세계 각 지역 대학과 협력하거나 무크(MOOC)처럼 온라인을 통해 공개 강의를 운영해야 한다. 톱싯이 역량 지수 평가 제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터 평가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체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또 난이도에 차등을 둔 여러 형태의 톱싯을 개발해 인재 수준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도 필요해 보인다.
◇사회=ICT·SW 분야를 이끌 인재 양성을 위해 톱싯 성장에 맞춰 교육환경을 변화시키려는 학계에서의 노력도 중요하다. 각계 의견은 어떠한가.
◇권호열=톱싯 평가 영역은 프로젝트 관리, IT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등 기존에는 강조되지 않던 부분이 전체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맞춰 대학 커리큘럼도 맞춤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김동윤=IT비즈니스 영역은 대학에서 커리큘럼에 반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톱싯이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콘텐츠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톱싯이 인재 역량을 영역별로 구분·측정하는 도구라는 점을 산업계에서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하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가장 알맞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분야에 균형 잡힌 인재가 필요한 중소기업이라면 톱싯의 전체 평가 결과를 살피면 된다. 학생은 평가 결과를 받아들일 때 몇 개 맞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이 다른 이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파악하고 중점 분야를 특화하거나 부족한 능력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ICT·SW를 전공하지 않는 인재에게도 톱싯이 필요한가.
◇이춘식=어디를 가든 IT를 빼놓을 수 없는 `IT에브리웨어(everywhere)`시대다. 많은 기업이 인문계 졸업생에게도 ICT 역량을 기대하고 있다. ICT·SW는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는 하나의 기반이라고 바라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톱싯을 ICT·SW 계열 전공자나 재직자만을 위한 것으로 한정짓지 않았으면 한다. 이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류정수=궁극적으로는 톱싯이 교육 체계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ICT·SW 전공자뿐만 아니라 비전공자라도 ICT·SW 업계에서 일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가이드가 됐으면 한다.
◇이상홍=현재 관리자들을 위한 톱싯을 준비하고 있다. 직접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을 하지는 않더라도 ICT·SW 전반을 이해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앞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ICT·SW 이해 및 활용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이끌어갈 것이다. 톱싯이 순전히 역량만을 평가하는 시험이나 하나의 스펙이 아니라 실제 ICT·SW 분야에서 능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수단, 기업에 알맞은 인재를 선발해 낼 수 있는 표준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회=사회 전체적으로 ICT·SW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SW교육 활성화를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권호열=스탠포드대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직장인이 일을 마치고 학교로 와 수업을 듣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톱싯을 바탕으로 한 교육 과정을 개발해 직장인 개인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 과정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류정수=현재보다 톱싯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 내가 학창 시절에는 대학생이 돼서야 ICT·SW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워낙 환경이 좋아져서 SW 교육이 고·중·초등 과정으로 내려오고 있다. 현재는 톱싯 주요 대상이 대학생, 졸업생 위주로 맞춰져 있지만 앞으로는 초등 저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각기 수준에 맞는 교육 커리큘럼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톱싯과 연계되는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
◇김동윤=SW교육 활성화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정부와 학계, 대학 및 초·중·고가 손잡고 한마음이 돼 협력해야만 한다.
◇이상홍=미래창조과학부와 IITP는 톱싯 뿐만 아니라 SW중심대학, SW창의캠프 등 사업을 통해 컴퓨팅 사고력 교육(Computational thinking) 등 사회 전반적인 ICT·SW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