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O링의 메시지

Photo Image

1986년 1월 28일을 미국 국민은 비극을 맞이한 역사의 하루로 기억한다. 오전 11시 39분경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를 발사했다. 챌린저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두 번째 우주 왕복선으로, 1983년 4월 첫 비행 이후 아홉 번이나 우주를 다녀온 베테랑 우주 왕복선이었다. 하지만 이날 챌린저호는 발사 70여초 후 엄청난 화염에 휩싸이며 공중 폭발했다. 승선한 우주인 7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장면은 미국 전역에 생중계돼 큰 충격을 주었다.

기나긴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로켓 보조추진 장치를 분리하기 위해 설계 제작한 고무 `O링` 2개가 정상으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발사 당일 기온은 영하 2도. 적정 발사 최저 온도인 영상 12도보다 훨씬 낮았다. 당시 O링 제조사 티오콜은 추운 날씨로 인해 고무 O링이 탄력을 잃어 제 기능을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NASA는 발사를 강행했다. 챌린저호 발사 후 O링의 압력가스를 막는 봉인 기능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고, 결국 엄청난 사고로 이어졌다. 소재에 대한 무지와 기능 변화를 간과한 결과다.

소재는 산업의 쌀이자 꽃으로 불린다. 국가 발전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자 미래 먹거리다. 세계 선진국 순위는 곧 소재 강국 순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소재와 소재 기술, 소재 산업은 갈수록 중요해지지만 소재 특성상 완제품 속에 가려지기 쉽다. 완제품 제조업에 비해 조명을 덜 받고, 이는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그 중요성까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세계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달려가고 있다. 사물이 지능화되고 가상공간과 연결돼 맞춤형 생산체제를 이뤄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소재 혁명이 우선돼야 4차 산업혁명도 가능하다. 소재의 혁신 기술 없이는 소재 이용 제품은 결국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로 주목 받은 인공지능(AI) 알파고는 결국 다양한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회로 기판의 종합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소재·부품 분야 교역에서 105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년 연속 1000억달러 이상의 무역 흑자다. 올해 1분기도 231억달러 흑자다.

전통의 소재 강국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17.0%로 역대 1분기 기준 최저치를 나타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재부품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돼 주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신흥 소재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완제품 위주 생산에서 벗어나 소재부품까지 현지에서 조달, 일괄 생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소재부품 분야에서 우리나라와의 격차도 빠르게 줄고 있다. 중국과 같은 후발 주자의 추격을 벗어나기 위해 소재 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소재·부품산업 미래비전 2020`을 수립했다. 소재를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시켜 오는 2020년까지 소재·부품 글로벌 4대 강국 달성이 목표다.

재료연구소는 정부 정책에 맞춰 세 가지 경영 목표를 수립했다. 세계 1등 소재기술 다섯 가지 개발, 연간 기술료 수입 20억원 달성, 기업 전 주기 통합지원 사업으로 글로벌 소재·부품 강소기업 20개사 육성이다. 이 같은 정부와 정부 출연 연구기관 정책, 연구, 사업보다 중요한 소재 강국 요소는 소재 중요성에 대한 범국민 공감대다. 소재산업 발전은 일부 요소일 뿐 소재 강국은 소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전제될 때 실현이 가능하다. O링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다.

김해두 재료연구소장 khd1555@kims.re.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