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활이 된 웹툰, 인력 양성에도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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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아시아 최대 애니메이션·웹툰 콘텐츠 전문 기업간전자상거래(B2B) 시장 `서울프로모션플랜(SPP)`이 개최됐다. 수많은 국산 애니메이션이 이 행사를 통해 세계적 콘텐츠로 발돋움했다. 올해는 `웹툰`이 처음으로 콘텐츠 시장의 한 영역으로 자리를 마련했다. 총 51개 바이어와 23개 웹툰 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2000차례 미팅을 벌이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우리 웹툰을 계약하기 위해 다투어 조건을 제시하고 향후 협업 일정 조정을 위해 줄을 서는 해외 바이어 모습에서 글로벌 웹툰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웹툰 시장과 위상이 커나가는 데 비해 전문 작가는 부족하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웹툰 플랫폼은 40여개다. 지난 상반기에 3개 플랫폼이 신규 진입했다. 웹툰 산업의 외형 팽창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웹툰 플랫폼 증가는 웹툰 작품 수요 증가로 직결된다. 웹툰 창작자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웹툰 플랫폼에 자체 작품을 기획, 발굴해서 양질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생존 요소가 됐다.

웹툰 작가 대부분이 대학 만화학과 배출 인력, 만화공모전 수상 작가로 한정된다. 하지만 공급이 부족하다고 준비되지 못한 작가의 작품을 서비스하는 것은 시장에 도움이 안 된다. 웹툰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을 그르칠 우려가 있다. 인력 양성 기관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웹툰 복합문화공간 `와지트`도 지난달 13일부터 `웹툰 신인작가 데뷔 멘토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신진 작가의 작품을 웹툰 플랫폼 편집장이 직접 멘토링한다. 교육 뒤에 작가로 데뷔하는 방식으로, 처음 시도되는 계약형 웹툰 교육이다. 웹툰 플랫폼은 자사 성향에 최적화된 작품을 만들어 서비스한다. 작가는 신속하게 데뷔, 작가 경력을 앞당긴다는 이점이 있다.

웹툰 성장은 연관된 분야의 일자리 수요도 견인한다. 웹툰 플랫폼 사이에서 웹툰PD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웹툰PD는 웹툰 서비스를 위한 필수 인력이다. 웹툰산업협회는 웹툰PD 인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6월부터 `웹툰 기획 및 편집자 교육`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교육 수료 뒤 회원사 취업 기회를 부여한다. 9월에 있을 2기 교육에도 많은 지원자가 몰릴 전망이다.

웹툰 발전 주요 주체가 작가와 작품이라면 보조 주체는 웹툰 관련 읽을거리를 생산해 작품과 독자를 매개하는 평론이다. 최근 웹툰 팟 캐스트, 비평 웹진, 리뷰 사이트 등에서 일반 독자지만 전문가 수준의 통찰력에다 글쓰기 실력까지 겸비한 웹툰 평론가의 참여가 활발하다. 이들 활동을 웹툰 분야의 새로운 직업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웹툰 재미와 정보를 더해 주는 웹툰 해설사로서 `웹툰 에세이스트` 교육 과정이 개설될 예정이다. 웹툰 에세이스트는 웹툰과 관련된 글을 작성하고, 사진·영상·디자인을 활용해 스마트폰 시대의 독자 구독을 유도한다. 웹툰 읽을거리 콘텐츠를 종합 제작, 서비스하는 인력을 양성한다.

2013년부터 급격히 증가한 웹툰 플랫폼은 산업상 국내 산업을 넘어 한류문화 콘텐츠로 성장해 왔다. 사회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 실업 해소에도 기여하도록 육성해야 한다.

방송에 웹툰 작가 출연이 일상화되고 웹툰 플랫폼 매출이 주요 출판사 매출을 상회하는 시대다.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화 및 드라마화는 보편화된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게임, 가요 영역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옆 사람과 같은 웹툰을 읽는 경험이 생활이 된 시대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 온 `웹툰 생활`을 어떻게 잘 가꿔 가야 할지 사려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우수한 콘텐츠는 우수한 인력에서 나온다.

김병헌 와지트 대표(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 kimtiger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