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대하는 사회 인식이 따갑다. 일부에선 중독성이 강한 마약 등에 비유하기도 한다. 학부모가 자녀를 지도하면서 걱정하는 `게임 과몰입` 문제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게임 과몰입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지만 `게임이 문제일 것`이라는 것은 선입견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아이에게 게임을 제대로 가르치고 관심을 갖고 소통하면 숨어 있던 창의력을 끌어낼 수 있다. 게임을 색안경 끼고 보기 보다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를 이끌어갈 차세대 창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건전한 문화가 될 수 있음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7~8년 전 학교에 PC방을 만든다고 했더니 모두가 반대했습니다. 학부모는 말할 것도 없이 교내에서도 반대가 심했습니다.”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은 2008년 당시를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 당시 이 학교 교감이었던 방 교장은 학교 안에 PC방을 설치하고 e스포츠학과를 만들어 게임 과몰입 학생 30여명을 모아 학교에서 게임을 실컷 하도록 했다. 공교육 범위에서 게임을 하니 학생도 떳떳하고 학교도 책임지고 지도했다. 지금은 게임제작과로 바뀐 e소프츠학과는 인기를 끌었다. 경쟁률이 3대1에서 지금 4대1수준으로 올랐고 대회 성적도 좋았다. 프로게이머 손석희 같은 유명선수도 배출해 냈다. 지난 2월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팀 `워너비`를 창단해 운영 중이다.
방 교장의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5월에는 공랍학교로는 처음으로 마포구와 손잡고 `게임 과몰입 치유 및 재능개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마포 관내 중학생 16명을 모집해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38%(6명)에 이르던 고위험 사용자가 18%(3명)으로 줄었고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은 44%(7명)에서 2명(12%)로 감소했다. 나머지 68%(11명)는 일반사용자군으로 완화됐다.
핵심은 교육이었다. 단순히 아이들을 게임만 하게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전문가를 초빙한 체계적 커리큘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프로그램을 도입할 당시만 해도 “안 그래도 게임을 많이 해서 문제인데 우리에가 왜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느냐”며 항의하는 학부모가 태반이었다. 당시 방 교장은 “아이들이 게임은 많이 해도 제대로 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게임을 체계적으로 배우면 게임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며 설득해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게 아니었다. 철저한 커리큘럼이 바탕에 깔렸다. 1교시는 영어 수업이었다. 수업시간은 딱 10분. 게임에 나오는 영어를 쉽게 설명하는 시간이다. 2교시는 게임 전문가를 초청한 게임 수업. 게임 전략과 전술을 설명해주고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게임에 나오는 역사적 배경과 용어 의미까지 곁들여 설명해니 효과는 배가 됐다. 마지막으로 게임이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플레이한 캐릭터나 느낀 점을 표현하게 하자 아이들이 이야기를 빼곡하게 쏟아내더라는 것.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은 “(게임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해서 좋고 영어 공부도 같이 해서 좋다”고 했다. “진짜 잘하는 프로선수를 보니까 게임을 잘 하는 것도 힘들 것 같다”고 하는 등 게임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학생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전라북도 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이 지난해 운영한 건전게임문화 가족캠프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1차 건전게임문화 가족캠프에 참여한 김아무개씨는 “사실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막연함을 가지고 참여한 캠프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무조건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혼을 낸 것이 미안할 만큼 강연과 캠프 내용이 자녀교육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전북 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이 1, 2회 가족캠프 직후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캠프 만족도는 8.1(10점 척도)점을 얻었다. 올해에는 `오늘은 같이 해볼까`라는 테마로 8월 중에 `2016 건전게임문화 가족캠프(호남권)`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 해운대구 진로교육지원센터 등과 함께 `건전게임문화 조성 및 게임산업 진로탐색 공동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건전게임문화 가족캠프를 개최해 게임문화에 대한 학부모 인식을 개선하고 가족 간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여름캠프와 겨울캠프, 겨울방학 캠프를 운영한 결과 학부모는 91~97% 만족도를 보였고 참가 학생은 87~95%가 만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하고 싶은 여가 활동 1위와 2위는 여행과 문화·예술 관람이지만 실제로 하는 여가활동 1·2위는 TV 및 DVD 시청과 컴퓨터 게임으로 나타났다.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은 “게임 때문에 문제라는 아이를 상담해보면 게임이 아이를 망친게 아니라 성공과 실패 기준이 성적과 입시 뿐인 현실에서 아이의 탈출구가 게임뿐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