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에듀테크 분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서 전통 교육에 미디어, 디자인, 소프트웨어(SW),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3D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산업을 의미한다.
에듀테크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교육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학습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과거 이러닝은 공간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면에서 각광받았다. 하지만 에듀테크는 개인화, 맞춤교육까지 가능하면서 교육 현장을 바꿀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 최근 전 세계에서 이러닝이라는 말보다 에듀테크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도 2016년을 이끌 미래기술 12가지 가운데 하나로 지능형 자동차, 핀테크, 공유경제와 더불어 에듀테크를 선정했다.
◇미국·영국 에듀테크 산업단지 구축, 에듀테크 창업 지원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고 정보기술(IT)을 이용한 교육 서비스 시대가 되면서 에듀테크 관련 창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교육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스마트러닝,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교육, 가상훈련(이트레이닝)까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캐피털을 비롯해 세계에서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분야가 에듀테크 산업이다. 교육 시장 전문 조사기관 앰비언트인사이트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에듀테크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6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05년 5억달러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에듀테크 분야가 교육 패러다임 변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 새로운 먹거리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 시내에만 300여개 에듀테크 기업이 있고, 영국 전체에 총 1200여개 업체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영국의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175억파운드(약 30조원)에 이르며, 2020년까지 300억파운드(약 5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에듀테크 산업 규모는 100억달러(약 12조원)에 육박한다.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는 산업단지를 육성하고 있다.
이미 교육 콘텐츠의 디지털화는 현재 미국 교육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교육용 콘텐츠는 컴퓨터는 물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와의 호환성이 중요해졌다.
이는 선진국 소비자의 모바일 기반 교육 콘텐츠와 교육용 게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확산으로 모바일 세대에게 에듀테크는 효율 학습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앰비언트 인사이트에 따르면 모바일 교육산업의 2016년 매출이 10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7.8%를 기록하고 있다. 교육 콘텐츠 가운데 유아용 수요는 가장 높은 분야로, 연평균 성장률 10.2%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수인 에누마 대표는 “최근 중국에서는 미국을 넘어선 수준으로 에듀테크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중국도 공교육 외 외국어, 예체능 분야 등 다양한 교육 수요가 늘면서 이에 대한 벤처 투자도 공격적”이라고 설명했다.
◇신·구 교육기업 변화, `교육한류` 앞장서는 에듀테크
우리나라도 정부의 에듀테크 지원이 주춤한 가운데 업계가 먼저 변화에 나섰다. 한국이러닝협회는 최근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발기위원회를 구성, 산업 차원의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전자교육 콘텐츠와 플랫폼 제공 사업자 중심이던 과거의 이러닝 기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에듀테크 기업까지 협회가 대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름을 바꾼 것은 이러닝협회만이 아니다. 2014년까지 이러닝협회 회장사이던 테크빌닷컴도 에듀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테크빌교육`으로 사명을 바꾸고 에듀테크산업 비전을 밝혔다. 국내 대표 이러닝 기업이던 크레듀도 삼성SDS 합병 이후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사명을 `멀티캠퍼스`로 변경했다.
교원, 대교, 정상제이엘에스 등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 학습지 기업·학원 등도 스마트 교육 상품을 재정비하거나 신생 에듀테크 스타트업과 손을 잡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신생 교육 기업을 중심으로 에듀테크 포럼 TEF(Transformational Education Forum)가 구성된 가운데 바풀, 뤼이드, 퀼슨, 비네이티브 등 유망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매달 모임을 갖고 있다.
김진수 TEF 대표는 “교육 시장에서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독자 성장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서로 자주 만나 협업 방안을 찾는 모임을 만들었다”면서 “관련 기업이나 이러닝산업 등과의 외연 확장을 위해 손을 잡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에듀테크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부문은 모바일 기반의 외국어 교육과 인공지능(AI)기술을 이용한 개인맞춤형 학습 서비스다. 또 SNS를 바탕으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이어 주는 스타트업 서비스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투자나 해외 진출도 과거보다 늘었다.
금융 분야의 이러닝 전문 기업이던 유비온은 에듀테크 사업에 집중하면서 19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에스티유니타스, 스터디맥스 등 에듀테크 스타트업은 거액의 투자를 유치, 오프라인 기반의 교육 기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최근에는 신생 에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뽀로로 스마트패드`를 개발한 소셜네트워크는 중국 내 1위 교육 기업 신둥팡교육그룹과 손잡고 유아교육 시장을 겨냥, 제품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개인 맞춤형 수학학습 시스템 `마타수학`을 개발한 비트루브는 대만 최대 교육 기업인 스터디뱅크와 계약, 대만 수학교육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누적된 디지털 교육 콘텐츠 활용해야, 정부 정책 지원 필요
현재 국내 에듀테크 기업 간 협력이나 해외 진출, 투자는 활발하지만 산업 전반의 고른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중요한 실정이다. 전통 이러닝 산업이 에듀테크로 전환하거나 서비스산업 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지원과 사례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이러닝기업 간 에듀테크 협업은 이미 시작됐다. 3D시뮬레이션 교육 전문 기업인 리치앤타임과 메디오피아테크는 융·복합 에듀테크 사업을 위해 전략 제휴를 체결했다. VR교육 콘텐츠를 체험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학습 방법을 찾고, 이를 사용자에게 다시 제안하겠다는 개발 계획을 세웠다.
`아이스크림 홈런`으로 스마트학습지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시공미디어도 자사 사용자 학습데이터 분석을 위해 국내 기업과의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이러닝 국내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조사된다. 이를 로봇이나 다양한 학습기기, SW, 서비스와 융·복합한 에듀테크 시장으로 확대하면 약 10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 차원에서 에듀테크 지원은 현재 이러닝산업을 대상으로 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존 사업 예산 지원과 교육부가 10개 대학을 대상으로 시범 진행하는 `K-MOOC` 사업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산업계 의견이나 기존의 이러닝 전담 교육기관인 원격대학(사이버대)이 빠져 있어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존의 대학 공개강의(KOCW) 동영상과는 큰 차별점이나 융합 시도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업계에서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창업과 선도 기업 발굴을 위한 산업단지 개발이나 산·학 협력 연계형 지원 사업을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이러닝산업발전법 등 관련법을 새롭게 재정의하고, 규제 및 제도 개선을 통한 에듀테크산업의 생태계 조성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