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민 KAIST 교수팀, 헬멧 쓰고 10초…뇌 들여다볼 준비 끝
국내 연구진이 작은 헬멧만 쓰면 실시간으로 뇌 활동 현황이 나타나는 영상장치를 개발했다. 불모지와 같은 의료장비 시장에서 반도체, 소프트웨어(SW) 등 우리가 강점을 지닌 기술을 접목했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현민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팀은 초소형 근적외선 뇌 영상장치 `널싯(NIRSIT)`의 개발을 완료했다. 올해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가 나오면 판매를 시작한다.
널싯은 실시간 뇌 활동 현황을 태블릿PC로 보여 주는 장치다. 사용자는 헬멧처럼 생긴 촬영 장치를 머리에 쓰면 10초 안에 뇌 활성화 정도를 태블릿PC로 확인한다. 헬멧에 부착한 레이저와 디텍터가 자기장을 활용, 뇌 산소량을 파악하는 구조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의학-첨단과학기술융합 원천기술개발사업` 결과물이다.
400g에 불과한 영상장치는 실시간으로 뇌 활성화 정도를 알려 주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크기의 250분의 1 수준이다. 모든 선을 없앴다.
화질은 일반 자기공명영상(MRI) 수준이다. 픽셀당 4×4㎜다. 기능이 비슷한 근적외선 분광분석기(3×3㎝)보다 10배 가까이 선명하다. 일반 MRI(3×3㎜)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배 교수는 100㎏이 넘는 뇌 영상촬영 장비를 손바닥만한 반도체로 구현했다. 장비에 탑재된 전용 반도체는 레이저와 디텍터가 주고받는 신호를 송출, 제어, 분석한다. 휴대성을 극대화하는 코드분할자원접속(CDMA), 다중안테나(MINO) 방식도 전용 반도체를 적용했다.
배 교수는 “전용 반도체는 자기장이 어떤 채널을 통과했고 어떤 정보를 주고받는지 파악한다”면서 “반도체와 SW 알고리즘, 고속통신 기술이 접목된 융합 기술을 토대로 초소형의 초고화질 영상장비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제품은 7년 동안의 개발 과정을 거쳐 최근 양산에 들어갔다. 하반기에 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끝낼 예정이다. 내년 초부터 국내에서도 연구용 외에 일반 의료기기로 판매한다. 사업화는 2013년에 창업한 오비이랩이 담당한다. 배 교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애플, 구글, 아우디 등 글로벌 업체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 헬스케어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심장박동 수, 스트레스 지수 등 스마트폰에 탑재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뇌 영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확보가 불가능한 실시간 뇌 활동 데이터를 확보하면 관련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배 교수는 “최근 애플 본사에서 관련 제품 데모 시연을 했다”면서 “헬스케어 주도권 확보에 나선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아우디 등 기업까지 사고에 핵심이 되는 뇌 데이터에 관심을 기울여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 교수는 “추후 관련 시장만 1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돼 세계 시장에 우리나라 의료기기 기술을 알려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