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고글을 쓰니 데이터센터 내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서버가 꽂힌 랙을 천천히 살피고, 외부인 출입 흔적까지 확인했다. 고글을 벗으니 다시 일상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EMC월드 2016` 전시 부스에서 EMC가 공개한 미래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모습이다.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직접 데이터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관리가 가능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현지 시스템과 연결된 키보드로 조치한다. 상용화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머지않아 VR 원격 데이터센터 관리도 일상화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EMC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디지털 혁명시대`를 이끈 차세대 데이터 솔루션을 선보였다. 대형 전시장에 30 여개의 IT,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모여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적용한 사례와 미래 모습을 제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상현실과 디지털 데이터 간 결합이다. 인공지능과 함께 올해 IT업계를 달군 핫 이슈 가상현실은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매김했다. 디지털 데이터는 기업 핵심자산인 동시에 디지털 혁명을 이끄는 동력이다. 오는 2020년 전 세계 디지털 데이터 양은 4만 엑사바이트까지 성장한다. 전 세계 바닷가에 있는 모래알보다 많다.
두 분야를 결합해 방문객 발걸음을 붙잡은 곳은 스포츠 영역이다. 미국 보트 선수단 랜드로버바는 육지에서도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게 가상현실을 적용했다. 육지에서 단순히 노를 젓는 훈련과 비교해 고글을 쓰니 현실감이 느껴진다.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VR`이 사용됐다.
글로벌 IT서비스 기업 디멘션데이터도 싸이클 선수나 운동을 즐기는 일반인을 위한 가상현실 싸이클링 환경을 선보였다. 자신을 비롯해 참가 선수 순위와 기록, 속도 등이 디스플레이에 구현된다. 모든 데이터는 스토리지에 모여 빅데이터 분석과정을 거쳐 성적향상에 활용된다. 두 업체는 각각 EMC 컨버지드 인프라 `VX레일`, `브이블록`을 도입했다. 선수단 외에 회사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핵심 업무 영역에도 적용했다.
디멘션데이터 관계자는 “선수나 자전거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다”며 “EMC 브이블록은 간편한 컨버지드 인프라로 기업 IT 경쟁력 확보는 물론 선수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가상현실과 기술적으로 유사한 3D 그래픽 소개도 이어졌다. 국내에서만 13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는 3D 그래픽, 모션 캡쳐 등이 성공비결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불러오는 것은 필수다. EMC는 NAS 스토리지 `아이실론`을 공급해 흥행 성공에 일조했다.
현장에서는 몸에 센서를 부착하지 않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한번 사진 촬영으로 순식간에 아바타 주인공으로 변신시켜줬다.
허주 한국EMC 상무는 “아바타 제작사는 5페타바이트 규모 EMC 아이실론 스토리지를 도입해 핵심 과정인 그래픽 제작에 활용했다”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성능과 안정성을 아이실론이 모두 만족시켰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시켜주는 솔루션도 소개됐다. 최소 규모 스토리지로 최대 성능을 구현하는 EMC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주인공이다. 이번 `EMC월드 2016`에서 첫 선을 보인 중형급 올플래시 스토리지 `유니티`는 처음으로 SAN과 NAS를 동시에 지원한다. HDD기반 스토리지보다 성능이 3배 이상 빠르다.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3D 낸드 플래시를 탑재한다.
지난해 EMC가 인수한 버추스트림 부스도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 회사는 SAP ERP 등 주요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이관하거나 운영,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AWS `S3`와 같은 스토리지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공급한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