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유리기판’ B9용 발주…수율 안정화 뒤 2018년 양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 투자를 시작했다.
10.5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기판이다. 중국이 LCD 기판 크기에서 한국과 일본을 추월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차이나스타(CSOT)도 11세대 LCD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LCD 시장이 중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LCD 굴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최근 중국 허페이에 위치한 10.5세대 생산 라인 `B9`용 설비를 발주했다. B9은 일본 샤프가 운영하는 10세대(2880×3130㎜)보다 큰 10.5세대(2940×3370㎜)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기판을 생산한다.
BOE는 10.5세대 라인에서 월 9만장 규모 LCD 패널을 제조할 계획이다. 투자금액은 약 400억위안(약 7조원)이다. 허페이 정부가 주도한 조인트벤처에서 45%, BOE 조인트벤처에서 55%를 분담한다.
1단계 발주는 월 1만~1만5000장 생산 규모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10.5세대 생산이 처음이어서 초도 물량 수준 설비를 갖춰 수율을 안정화한 뒤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증설할 것으로 보인다.
BOE 10.5세대 라인은 4K 해상도의 60인치 이상 초대형 패널 생산에 최적화됐다. 65인치와 75인치 패널은 면취 효율이 96%로 높다. 43인치 면취 효율도 96%로 상당하다. 61인치와 70인치도 면취 효율이 90% 이상이어서 생산성이 높은 크기로 꼽힌다.
BOE 설비 투자에 국내 장비 기업도 수주 성과를 거뒀다. 인베니아는 523억원 규모 장비를 2018년 1월까지 공급한다. 2014년 매출의 48.93%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에스티아이는 155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그동안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BOE의 실제 10.5세대 LCD 투자 집행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컸다. 지난해 12월 기공식을 개최한 뒤 투자 가능성을 확신했지만 현지에서 LCD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돼 투자 축소를 예측하기도 했다.
BOE가 10.5세대 설비 투자를 시작하자 경쟁사인 차이나스타의 11세대 LCD 설비 투자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직 11세대 투자 시점과 규모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연내 투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BOE는 이번 투자로 세계 TV용 LCD 1·2위 사업자인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와 대형 LCD 패권 경쟁에 나선다. BOE는 내년 2분기 실제 장비를 설치하고 2018년 3분기에 양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국내 패널 제조사는 최대 8세대 설비만 보유했다. BOE 10.5세대 라인이 수율을 안정화하고 생산량을 늘리면 빠르게 LCD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올해 중에 10.5세대에 총 3단계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첫 10.5세대 투자임을 감안하면 연내 추가 발주가 이뤄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얼마나 빨리 수율을 안정화하고 고품질 초대형 패널을 양산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