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반도체 설계 팹리스 업체 실적 부진이 심각하다. 일부 업체는 상장 폐지로 내몰리거나 도산했다. 올해도 몇몇 기업이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허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상위 16개 업체 가운데 9곳의 매출·이익이 30% 이상 급감했다. 외적으로는 중국 팹리스가 부상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해진 탓이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에 의존한 안정된 매출을 택한 데 있다.
대기업 협력사로 안정된 매출처를 확보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이들 대기업 실적이 부진하거나 사업 방향을 전환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과 비교되는 중국 팹리스 업계의 환경은 다르다. 중국은 시장이 큰 데다 다자간 거래가 보편화돼 있다. 복수 공급사와 복수 고객사가 있기 때문에 특정 수요처의 흥망에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국내 대기업에 종속된 협력사는 딱 먹고살 만큼만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 만난 A대기업 협력사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연계 전사적자원관리(ERP)를 깔게 됐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하소연했다. 회사 경영 상황이 대기업에 투명하게 공개되면 적정 이윤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사업 영역 확장도 어렵다.
특정 대기업의 종속에서 벗어나려면 고객사가 반드시 써야 하는 선행 제품이나 혁신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만 적정 이윤이 확보하지 못하면 연구개발(R&D)은 언감생심이다.
몇년 전 국내 대기업의 협력사에서 밀려난 한 최고경영자(CEO)는 오히려 당시 대기업이 고마웠다는 역설을 편다. 팽을 당하지 않았다면 현재 기업이 부도났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생태계 붕괴는 그 정점인 대기업 위기로 이어진다. 상생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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