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서비스산업 육성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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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관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

중국경제 성장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저성장과 중동, 러시아,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들의 경기 침체로 우리 수출 및 제조업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과 엔화 약세를 무기로 한 일본 제조업의 부활은 우리 수출과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철강, 화학, 조선뿐만 아니라 일반기계, 자동차, 전기전자에 걸쳐 거의 모든 업종에서 경쟁력 약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 창출도 더디다. 자동화와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으로 제조업 일자리 유발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저성장 시대를 맞아 제조업에 기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글로벌 경기 변동에 내성이 높아 서비스업을 기르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서비스산업 발전은 상품 수출 증대와 제조업 경쟁력을 향상시킨다. 방송·영화 등 문화콘텐츠의 해외 확산은 국가 이미지 제고와 함께 상품 수출을 증대시킨다. 물류, 디자인, 제품설계 등 서비스 분야는 제조업 경쟁력과 연관성이 높은 산업이다. 일자리도 크게 늘릴 수 있다. 서비스산업 고용 유발 효과는 제조업의 두 배가 넘는다. 국내 굴지의 제조 대기업인 경우 매출 10억원당 0.6명을 고용하는 데 비해 국내 유명 종합병원은 7.7명을 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 59.3%로 70%가 넘는 미국, 일본에 비해 턱없이 낮다. 전체 고용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4년 59.9%로 미국(73.1%)과 영국(72.8%)에 비해 크게 낮을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인 64.8%에도 못 미친다. 노동생산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제조업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2013년 48.7달러로 OECD 소속 국가 가운데 11위인 반면에 서비스산업은 22.5달러로 21위에 머물렀다. 생산성이 떨어지다 보니 서비스 수출 또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23.1%로 미국(42.4%), 영국(66.7%)에 비해 현저히 낮다.

우리 서비스산업은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나마 정부에서 서비스산업 육성 및 발전을 국정과제로 삼고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를 7대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선정하고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육성 방안을 네 차례나 내놓은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 운영, 서비스 연구개발 지원, 서비스산업 창업 지원, 서비스산업 관련 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마련해 지원 체계와 법적 근거도 구축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4년 2개월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의료 민영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지만 법조문에는 관련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의료 민영화 등 타법 관련 내용은 서비스발전법을 우선하도록 되어 있다. 본질에서 벗어난 소모성 논쟁은 묻어 두고 국가 대계를 위해 이 법안은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지연되면 우리 경제는 선진국과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힘들다. 서비스산업 선진화 및 고부가가치화, 제조업과의 시너지 극대화 등 시간을 두고 헤쳐 나가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제정과 실행은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밝히는 촛불인 것이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 skshin15@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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